신한금융, 자본규제 강화에 자사주 매입·소각 '주목'
3분기 자사주 300만주 1000억 규모 매입·소각 계획…당국 자본적립 요구 영향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1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3분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전분기보다 축소하면서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에 대한 자본적립 요구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 5월 7500억원 규모로 전환우선주(CPS)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졌지만, 올해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300만주를 매입·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지난 1분기 1500억원에서 500억원 줄어든 규모다.


◆ 올해 7500억 규모 전환우선주 보통주 전환


시장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인 IMM PE가 인수한 75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가 지난 5월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신한금융의 주식 수는 크게 늘어났다. 이에 신한금융이 올해 보통주 전환 물량만큼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올해 초 발표한 자본계획에서 올해 30~40%의 총주주환원율을 목표치로 설정하고, 분기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와 관련해서는 올해 7500억원(1748만2000주) 규모의 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점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올해까지 확정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보통주 전환 물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한지주가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단행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이사회 결의일 기준 3000억원이다. 3분기 예정 물량 1000억원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확정된 신한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총 4000억원, 주식 수로는 총 1091만3762주다. 


만약 올해 보통주 전환 물량만큼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4분기 3500억원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이 단행돼야 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 당국 자본규제 강화에 내부 CET1 기준 상향···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부담↑


시장의 눈은 신한금융의 4분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여의치 않다. 금융당국이 올들어 금융지주에 부실 우려에 대비해 자본을 넉넉히 쌓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당국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수준을 내년 5월부터 1%로 상향하고, 차등적으로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3분기 자사주 매입·규모를 전 분기보다 축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내부적인 CET1 관리 목표치를 기존 12%에서 13%로 상향한다"고 밝히며 주주환원의 문턱을 높였다. 당국의 규제비율 8%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1%를 포함한 9%에 미국과 유럽 기준을 감안한 스트레스완충자본 2.5%를 버퍼(여력)로 쌓고, 자체 버퍼 1.5%를 쌓아 올린 수치다.


지난 2분기 말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12.95%로, 최소 기준인 13%를 밑돈다. 이태경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이미 6월 말에 12.95%를 달성했기 때문에 5bp를 추가로 달성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이 CET1비율 13%를 충족한다고 해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크게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이 경기 악화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13%를 넉넉히 웃도는 수준의 자본력을 갖춰야만 전향적인 주주환원정책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대비 등 그룹 CET1비율의 내부 관리 목표치를 기존 12%에서 13%로 상향할 예정"이라며 "CET1비율 13%를 상당폭 상회하지 못할 경우 주주환원에 다소 제약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신한금융 "우량자산 위주로 성장···자사주 매입·소각 꾸준히 진행"


최근 신한금융 주가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이어 은행권에 대한 규제 및 상생금융 기조가 강해지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심이 크게 약화했는데, 신한금융의 경우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에 따른 오버행 우려와 낮은 자본비율에 따른 주주환원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모양새다.


신한금융은 올해 매 분기 균등한 525원의 주당배당금(DPS)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보통주 전환으로 배당 주식 수가 증가하더라도 DPS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셈이다. 그러나 오버행과 주주 가치 희석에 대한 피로감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신한지주는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로부터 1조15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달 3일 기준 신한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59.33%로, 올초부터 시작된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5월 18일 60% 선을 뚫고 내려왔다. 최근 국내 주식 변동성이 커지며 외국인 주주들의 은행주 유입이 지속되고 있지만 외국인 비중은 여전히 50%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KB금융(외국인 지분율 72.60%), 하나금융(67.92%)과 비교해 크게 낮다.


신한금융은 CET1비율 관리를 위해 우량자산 중심의 보수적인 성장 정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기흥 신한은행 부행장(CFO)은  "가계부채는 하반기 주택 구입이나 전세 반환용 주담대 수요를 통해 역성장했던 부분의 순증을 예상한다"며 "기업대출은 여전히 우량 중심의 적정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CET1비율이 규제 비율을 상회한다고 해도 올해 보통주 전환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올해 이후에도 꾸준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해 보통주 전환 물량 이상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기간을 국한하지 않고 주주 환원율 제고를 위해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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