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 반기보고서 시즌 '개점휴업'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희박…조달금리 상승에 미매각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31일 17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회사채 발행시장이 반기보고서 시즌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나섰다. 최근까지 회사채 강세가 지속되면서 대다수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순항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연초 대비 두드러지게 꺾인 탓에 기업들의 발행 조건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추세가 나타났다. 시장 일각에서는 상반기 내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선 만큼, 하반기 발행시장은 한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모채 발행시장은 반기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는 8월 중순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다.


최근 공모채 시장은 일반 회사채 발행이 뜸해진 가운데 금융회사들의 자본성 조달이 두드러진 흐름이 나타났다. 7월 공모 수요예측을 진행한 15개 발행사 가운데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이하 신종자본증권)·롯데손해보험·한화생명(이하 후순위채) 등 4곳이 자본성 조달을 위해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통상 회사채가 부채로 분류되는 차입 성격인 것과 달리,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회계 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7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회사채 규모는 총 2조원을 웃돌아 지난해 같은기간(약 1조60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나 활기를 이어간 모습이었다. 다만 금융회사의 자본성 조달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조(兆) 단위 매수주문도 지난달 SK E&S(1조300억원), KT(2조1350억원) 두 곳에 그쳤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S-OIL 1조1000억원 ▲LG유플러스 1조5450억원 ▲신세계 1조2950억원 ▲LG에너지솔루션 4조7200억원 ▲이마트 1조2100억원 등 다수 기업에 조 단위 수요가 몰렸던 것과도 대비된다.


특히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KT는 7월까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발행금리는 올해 초 대비 오히려 높아졌다. 7월 발행을 마친 KT의 공모채 발행금리는 ▲2년물 4.028% ▲3년물 4.146% ▲5년물 4.221% 등 4% 초반대에서 형성됐다. KT가 올해 초 같은 만기로 공모채를 발행할 당시엔 ▲2년물 3.847% ▲3년물 3.869% ▲5년물 3.971% 등 3% 후반대에서 금리가 결정된 바 있다. KT가 속한 신용등급 AAA의 등급민평금리가 올 초 5% 안팎에서 이달 4.2~4.4% 수준으로 낮아진 흐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매각도 속출했다. JTBC(BBB/부정적)는 7월초 400억원 규모 공모에 나섰지만 투자수요는 320억원으로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다만 대표주관사가 총액인수 금액을 늘려준 덕분에 JTBC의 발행액은 500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28일에는 다올투자증권(A/안정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지 못해 모집액 800억원 대비 매수주문은 480억원에 그쳤다. 투자수요 확보에 자신이 없었던 롯데쇼핑은 대표주관사들을 만기별로 다르게 나눠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조달금리를 낮추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꺾인 모습"이라며 "올해 초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수요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으로 올해 내내 견조한 매수세가 이어졌지만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투자수요 뒷심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기보고서 제출 이후 회사채 시장이 재개되더라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상반기와는 달리 한산한 모습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올해 초 발행시장이 붐볐던 데에는 투자수요가 뒷받침된 것도 있지만 기업들이 지난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금조달을 미뤄뒀던 영향도 컸다"면서 "상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공모조달을 한 기업도 10곳이 넘을 정도다 보니 웬만한 곳은 올해 조달을 일찌감치 마쳤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B업계로서는 하반기 먹거리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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