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6개월새 대출금 3조 이탈…왜?
기업‧가계자금 대출 옥죄기…'서민 급전창구' 기능 약화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이 6개월 새 3조원 이상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과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대출을 옥죈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이 최근 수신고를 채우기 위한 금리 경쟁에 벌이고 있는 만큼 조달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한 하반기 대출 문턱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축은행 본연의 '서민 급전창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113조1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116조2464억원 대비 2.7%(3조856억원) 감소한 액수다.


◆ 작년 상반기 이후 2분기 연속↓…부동산 관련 대출 감소세 '뚜렷'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작년 3분기 이후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 말과 비교해서는 1.6%(1조8611억원) 줄었다.


용도별 대출금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잔액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8조7456억원으로 6개월 새 3.7%(2조632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가계자금 대출은 1.7%(7066억원) 감소해 39조9269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업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6개월간 도·소매업 업종에 대한 대출금 잔액 규모가 가장 큰 폭(5719억원)으로 줄었다. 이어 ▲건설업 5040억원 ▲부동산업 4814억원 ▲제조업 2586억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담보별 대출금 잔액을 살펴보면 담보대출은 6개월 새 2.5%(1조6671억원) 줄어든 65조4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잔액은 4.0%(1조6039억원) 감소한 38조7186억원을 기록했다. 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 담보대출의 감소 폭이 3.7%(1조5133억원)로 가장 두드러졌다.


저축은행별 대출금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웰컴저축은행이 4238억원으로 6개월간 잔액 감소 규모가 가장 컸으며, OK저축은행이 383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SBI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키움예스저축은행 ▲HB저축은행 등이 1000억원 이상의 대출금 감소액을 기록했다.


◆ 금리상승 여파, 수익성‧건전성 악화 '이중고'


저축은행 업권의 급격한 대출금 감소는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연체율 악화 등에 따른 부실대출의 리스크의 확대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는 하반기 레고랜드발 유동성 경색 여파로 예금자금이 은행권으로 쏠리자 정기예금 금리를 올려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처는 예대마진 감소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대출금을 옥죄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 등에 막혀 금리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여파로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 중심으로 부실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연스레 대출 문턱이 높였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이 줄어든 건 지난해 수신금리 급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영향으로 수신금리 인상분만큼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대출 전망 암울…'서민 급전창구' 기능 약화 우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수신고를 채우기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서고 있어 향후 조달비용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3·4분기 저축은행의 대출 태도지수는 -23으로 집계됐다. 국내 시중은행(6)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지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나면 금융사가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이전보다 대출문턱을 높인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및 시중금리 상승 속도가 당초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대출수요의 증가세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 총자산 및 총여신 성장세는 전년 대비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서민금융 기관인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민 자금 공급'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워졌다"며 "특히 하반기엔 자영업자·소상공인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어려운 과제가 많아 중·저신용자 등에 대한 대출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