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株' 에코프로, 회사채시장 '반신반의'
공모채 첫 데뷔, 금리 낮추고 증액은 포기…"출자부담 지속, 외부조달 뒷받침돼야"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비엠 공장 전경.(제공[=에코프로비엠)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에코프로그룹 지주회사인 에코프로(A-/긍정적)가 공모채 데뷔 무대에서 조달금리는 낮췄지만 증액에는 실패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주식시장에서는 '황제주' 반열에 오르는 등 몸값이 치솟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온도차가 나타난 모습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에코프로의 자금 소요 대비 부채 조달역량은 높지 않아 자본성 조달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에코프로, 증액 대신 금리 선택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날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1.5년물과 2년물로 나눠 각각 5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발행금리는 1.5년물 5.241%, 2년물 5.259%%다. 에코프로가 속한 A- 신용등급의 등급민평금리보다 각각 2bp(1bp=0.01%포인트), 14bp 낮은 수준이다.


이번 회사채는 에코프로가 창사 이래 처음 발행하는 공모채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달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서 수요예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매수주문을 확보,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조달에 성공하면서 이차전지 업체에 대한 채권시장의 투자수요를 확인한 바 있다.


에코프로의 공모채 데뷔전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등급민평금리보다 낮은 '언더 금리'에서 모집액을 채운 것은 성공적이지만, 매수주문 상당 물량이 '오버 금리'에 몰려 당초 계획했던 최대 2000억원까지의 증액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1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206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지만 이 가운데 580억원(1.5년물 320억원, 2년물 260억원) 규모가 오버 금리에 몰렸다. 에코프로가 계획대로 2000억원까지 증액을 할 경우 발행금리는 등급민평금리보다 30~40bp 높은 수준으로 치솟게 된다. 에코프로로서는 증액 대신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택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가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내내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화제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성장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채권시장에서는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투자 출자 부담…"투자지분 유동화 등 외부 자금조달 지속될 듯"


에코프로의 공모조달 규모가 당초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자본성 조달이 뒷받침돼야 유의미한 자금 순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전날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어 또다른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연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의 투자규모는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충당될 수준이 아니다"면서 "이번 발행에서 보듯 에코프로의 등급이 아직은 높지 않아 LG에너지솔루션처럼 조 단위로 부채 조달을 할 수 있는 기업도 아니다 보니 자본성 조달을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지난 5년간 연결기준 연평균 11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도 지난해 1조2000억원을 웃도는 등 계열사들의 이차전지용 양극재·전구체·수산화리튬 등 전지재료 관련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잉여현금흐름 적자도 매년 심화하는 추세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 규모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8000억원 규모로 지난 2020년 말(2861억원) 대비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에코프로는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5개년간 11조원 가량의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할 계획"이라며 "지주회사 전환 후 주요 계열사들의 대규모 CAPEX 계획에 따른 추가적인 출자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차입금 조달이나 투자 지분 유동화 등 외부 자금조달이 중단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에코프로의 주력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생산라인 증설과 헝가리, 북미 해외공장 신축을 통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기준 18만t에서 오는 2027년 약 71만t 규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하이니켈 양극재와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같은기간 전구체(CPM) 생산 공정을 5만t에서 21만t, 황산화(RMP) 공정은 1.5만t에서 11만t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외 수산화리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증설 투자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초평산업단지 신축 투자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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