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금녀의 구역으로 남아있는 곳 중 하나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다. 그런 이사회조차 지난해부터 사정이 바뀌고 있다. 2022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남성 일색이었던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여성의 발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여성을 사외이사로 뽑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적정 수준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주로 회계와 재무, 법률 등의 여성 전문가를 원하는 기업이 많지만 이런 경력을 갖춘 여성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딜사이트는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이들의 주요 경력을 분석해보고 여성의 이사회 진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망해봤다.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지난해 하반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재계에서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들이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이 ESG 경영의 첫 발을 뗀 것은 고무적인 변화지만 부족한 인력풀에 구인난을 겪으며, 사외이사 겸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성별 다양성 확보였으나 여성 등기이사 대부분이 사외이사에 쏠려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외부 전문가인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에 비해 회사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여성 인재 양성과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정된 인력풀 안에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려다 보니 사외이사들의 겸직이 일반화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타기업의 사외이사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이 증명된 이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BU 사장과 여미숙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신미남 이사는 정유사 에쓰오일, 여미숙 이사는 물류사 CJ대한통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여성 사외이사의 겸직은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조화순 LG화학 사외이사는 기아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사외이사인 남혜정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한국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에 올라 있다. 공기업 비상임이사는 사기업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현행 상법은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최대 2개까지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과도한 겸직을 제한하는 것은 업무의 충실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업들은 사외이사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2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진은 선임된 이후 모든 이사회 및 위원회에 전원 100% 출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상시적으로 사외이사들의 겸직 여부에 대해 개별적으로 확인해 사외이사 결격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으로 ESG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기업이 내부에 충분한 여성 인력풀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늘린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내부의 여성 인재가 승진해 사내이사로 올라설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 인재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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