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환사채 악용한 불공정거래 엄중 제재"
20일 전환사채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 방안 세미나 진행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CB)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 차단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또 실제 사례 적발 시 엄중 제재 하는 등 CB가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0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통해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거나 부당이득을 얻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환사채 시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기업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며 "특히 국내 전환사채 발행의 경우 콜옵션(조기상환권), 리픽싱(전환가액 하향 조정) 등 다양한 조건을 활용하며 중소‧벤처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음에도 아직도 전환사채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전환사채 투명성 부족…전환권·콜옵션 등 정보 공개에 노력"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 시장의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전환사채 발행‧유통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대부분 사모로 발행돼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한다는 점이 있다"며 "전환사채의 과도한 발행에 따른 일반투자자의 지분 희석과 시장 충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전환사채가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를 위해 "전환권, 콜옵션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취득한 사모 CB를 재매각하는 경우와 같이 전환사채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 기관 조사 역량을 집중해 전환사채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엄중 제재하겠다"며 "기업들이 전환사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자본시장연구원 "전환사채, 불공정거래 악용 가능성 높아"


이날 발제를 맡은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주제로, 국내외 전환사채 시장을 비교‧분석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2021년 12월 콜옵션‧리픽싱 관련 규제 이후 해당 조건의 활용 비중은 감소헀으나 아직 상당 수준으로 활용된다"며 "이에 따라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콜옵션이 대부분 발행사가 회사의 부채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리픽싱 규제는 없으나 시장 관행상 리픽싱 조건을 부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전환사채 발행 유인이 감소함에 따라 2019년 이후 전환사채 시장의 규모는 축소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발행회사 외에 최대주주 등에게 콜옵션을 부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전환사채에 리픽싱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전환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낮아 시장 자체가 침체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위원은 국내 전환사채 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했다. ▲콜옵션 행사자 지정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시 공시의무 부과 ▲담보 약정 전환사채 발행시 공시 강화 등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는 향후 최대주주에 재매각돼 주식으로 전환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재매각시 전환권을 제한하고 현물 대용 납입시 복수의 외부평가를 의무화며,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 조정은 제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상장사 리픽싱에 대해 "기존에는 정관을 근거로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최초 전환가액의 70% 미만으로 하향조정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를 제한하기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선 방안으로 "주총 특별결의를 얻은 개별 CB 발행건에 한해 리픽싱을 최초 전환가액의 70% 미만으로 조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발행은 활성화…콜옵션·리픽싱 조항이 문제


이후 이루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전환사채 시장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환사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콜옵션과 리픽싱이 부여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코스닥 내 재무가 안 좋은 기업들이 발행하면서 문제가 됐다. 특히 복합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금 없는 기업을 무자본 M&A한 기업사냥꾼은 CB를 발행해 그 자금을 기업 소유주(오너)가 빼먹는 방식을 취한다"며 "정상적인 CB 조달은 필요하지만 리픽싱, 콜옵션을 동원해 자금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기에 이에 대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이어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은 "정말 좋은 기업은 리픽싱 조항 없는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며 "중견 기업 오너는 자금이 필요할 때 자신들의 지분율을 희석하며 전환사채를 발행하기에 발행에 대한 활성화 필요성은 있다"고 전했다.

출처=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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