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실적 부진에도 신용등급 상향…왜?
현대차그룹 캡티브 금융 체제 '견고'…수익·재무건전성 전망 '먹구름'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0일 10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 신사옥 전경(제공=현대캐피탈)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현대캐피탈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자동차 금융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캐피탈 업황이 부진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올 들어 현대캐피탈의 경영실적과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신용등급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올 들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등급이 상승했다.


◆ 신용등급 'AA/긍정적 → AA+/안정적' 한단계 상향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 3월 현대캐피탈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높였다. 나신평이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향후 신용등급 조정 방향을 보여주는 신평사의 의견)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인지 석 달이 채 안 되는 시점이었다.



나신평이 현대캐피탈 등급을 상향 조정하자, 곧이어 4월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현대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등급인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씩 상향조정했다.


신평사들은 ▲그룹 전반의 신인도가 제고되고 지원여력이 개선된 점 ▲그룹과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그룹내 역할 및 위상이 제고된 점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재무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 등을 신용등급 상향 사유로 꼽았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영업자산 비중이 현대차그룹의 캡티브(Captive) 물량을 바탕으로 자동차금융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인상 등 어려운 조달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조달능력에 힘입어 자동차금융 자산 비중을 78%까지 높였다"며 "국내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면서 해외 판매채널로써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한 점이 신용등급 상승의 이유"라고 말했다.


◆ 2021년 이후 현대차그룹 캡티브 금융 체제 '강화'


신평사들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상향 사유로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긴밀한 관계와 자동차 금융 경쟁력 등을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2021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 직할경영 체제로 전환한 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해외 캡티브 금융 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현대캐피탈 지분의 99.8%(현대자동차 59.7%, 기아 40.1%)를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어 계열과의 높은 지배적 긴밀성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기아 국내 유일의 승용차 캡티브 금융사로서 계열 내 높은 전략적 중요성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장지위를 우수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해외 판매채널의 역할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 2월 기준, 미국을 제외한 현대캐피탈 해외법인의 금융자산 잔액은 2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7년 기준 8조5000억원 대비,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로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주목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 역시, 최근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씩 높인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들어 국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다섯 번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과 세 차례 신용등급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며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더욱 높아진 신용도를 바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 1분기 순익 31%↓…수익성·재무건전성 악화 '이중고'


현대캐피탈은 올 들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6%(331억원) 감소한 7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 14.7%(5조280억원) 증가하면서 총자산이익률(ROA)은 0.5%p(포인트) 하락한 0.8%를 기록했다.


1분기 영업수익(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6%(3536억원) 증가한 1조2935억원을 기록했지만, 고금리 여파로 인한 이자비용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48.9%(3930억원)나 늘어난 1조1967억원에 달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리상승은 캐피탈사 이자마진과 대손비용 측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조달환경 저하는 자금조달 및 유동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 들어 조달금리는 다소 하락했으나 국내외 물가상승률, 실물경기 및 금융시장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 역시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이다. 1분기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1개월 이상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1%, 2.3%, 6.3%를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악화됐다. 레버리지배율은 7.5배로 비교적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자산 성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전년 말(7.3배) 대비 소폭 저하됐다. 규제 기준인 10배에는 크게 못 미치나 업계 평균 레버리지배율인 7.1배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산건전성 등 현대캐피탈의 재무지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 이유로 ▲물가상승 및 실업률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개선세 둔화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이자상환 부담 증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상환재원 감소로 인해 리테일자산의 건전성 하방 압력 증가 등을 꼽았다. 신평사 관계자는 "향후 차주의 신용도가 열위에 있는 개인신용대출과 중고차금융 자산의 건전성 저하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함에 따라 부동산 관련 자산의 건전성 하방 압력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평가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여신금융 업황이 크게 부진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신평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통상 6개월~1년 뒤 신용등급의 조정 방향을 예측한다"며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꾼 지 석 달 만에 등급까지 상향 조정된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조달비용 상승과 부동산PF 부실, 경기부진 전망 등으로 여신금융 업계의 수익성과 건전성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에 대한 최근의 등급 평가 결과는 이와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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