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금융 재건
무거워진 '영업통' 이름값
③조병규 행장, 수익성·건전성 두토끼 잡기 숙제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0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기업금융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우리은행 수장에 오른 조병규 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두 가지 과제가 함께 주어졌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영업력'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지주는 전략을 수립하고 자회사는 영업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고, 60여일 간의 우리은행장 선발 절차에서도 최우선 기준을 '영업력'에 뒀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도 조 행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이유로 "경쟁력 있는 영업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 조 행장, 1등 점포 만든 영업력 눈길


조 행장이 기업 영업 부문에서 이력을 쌓은 기간은 약 6년이다. 지난 1992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조 행장은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2012), 대기업심사부장(2014), 강북영업본부장(2017), 기업그룹 집행부행장(2022) 등을 거치며 기업 영업 부문에서 이력을 쌓았다. 


일각에서는 기업 영업 관련 근무 경력이 6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업금융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자추위는 조 행장이 기업 영업 부문을 이끌던 당시 높은 실적을 거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조 행장은 지난 2011년 본점 지점장으로 처음 발령을 받았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다. 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당시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와 2위를 각각 수상하는 등 영업 부문에서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조 행장이 영업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포용력이 꼽힌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조 행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심층면접을 진행했던 외부전문가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조 행장에 대해서는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조 행장은 기업 영업 부문을 이끌던 당시 영업 성과로 직원들을 압박하기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직원들을 이끄는 성향이었다"고 전했다.


◆ 연체율 상승, 은행 수익성 악화…새 수익원 발굴 과제

'영업통'으로 불리는 조 행장이지만 앞으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겁다. 최근 은행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과거 대비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 은행의 수익성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금리인상기 '역대 최대 실적'을 쓰던 지난 몇 년과 달리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은행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 이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기업대출 확대를 강조한 것도 저성장 시기에 접어든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은행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이다. 지난 1분기 말 우리은행의 순익은 전체 그룹 순익의 89%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업대출을 마냥 확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특화 센터를 개설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중기대출은 통상 대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보다 리스크가 높은 자산으로 대출 확대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딜사이트)

최근에는 경기가 악화하면서 중기대출의 연체율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6%로 대기업대출(0.09%)나 가계대출(0.34%)에 비해 높았다. 전년동기대비 연체율 상승률 또한 0.17%p로 가계대출(0.16%p)을 뛰어넘으며 전체 대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1분기 말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0.28%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bp(1bp=0.01%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수치는 높지 않지만, 지난 2년 동안 잠재해 있었던 부실채권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는 9월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대기업 대출보다 수요가 많고, 수익성이 높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크다"며 "조 행장이 우량 중소기업들을 선별해 대손비용 확대를 최소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묘수를 짜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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