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PE 심층분석]
볼트온 고수 '어펄마', EMC 투자대박 재현할까
② 폐기물社 인수 관심, 세명테크 딜 참여...창립자 김태엽·키맨 심민현의 '맨파워'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06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어펄마캐피탈은 지난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 부문에서 분사한 독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당시 수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을 이전 받으며 출범부터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운용하는 전체 AUM은 5조원 수준으로, 온전히 국내에서만 운용하는 자금은 작년 말 기준 1조1759억원 정도다.


어펄마캐피탈은 그간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폐기물 관련 업체 투자기회를 노려왔다. 최근에는 국내 PEF인 WWG가 매각하는 '세명테크'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혀 온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잇따라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현재 태경에코, 경보제약 등 몇몇 전략적투자자(SI)들과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후보군 중 '인수의지'와 '자금여력' 측면에서 어펄마캐피탈이 가장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함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폐기물 업체 광진화학을 인수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볼트온(Bolt-on, 동종기업 인수) 전략을 선호하는 어팔마캐피탈이 향후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PE 업계에서 보기 드문 고수익을 거둔 'EMC 사례'를 재현할 수 있을 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 폐기물 업체 EMC로 20배 수익...뛰어난 트랙레코드에 LP도 화답


어펄마캐피탈이 여러 산업들 중 '환경 산업'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동종 업체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이력 때문이다. SC PE시절인 2009년 총 450억원을 투자해 종합 환경 플랫폼 업체인 EMC의 지분 35%를 인수, 폐기물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7년 뒤인 2016년에는 잔여지분까지 전량(65%) 사오며 바이아웃(경영권인수) 딜로 전환했다. 이때 들어간 자금은 전액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EMC 매각은 2020년 들어 단행됐다. 수차례 볼트온을 진행해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기업가치를 키웠다. 이 덕분에 SK에코플랜트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시점에 밸류에이션은 이전 대비 눈에 띄게 불어났다. 매각 거래대금은 회사 부채를 포함해 1조2000억원 수준. 인수금융은 이자만 지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아웃 딜로 전환한 뒤 투자원금 대비 20배가 훌쩍 넘는 수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환경 및 폐기물 분야에서만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타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투자이력이 있다. 음료패키징 업체인 삼양패키징이 대표적이다. 어팔마캐피탈은 지난 2014년 삼양패키징에 1160억원을 투자한 뒤, 2017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자 본격적으로 지분 매각에 돌입했다. 이후 2021년까지 수 차례에 걸쳐 잔여지분을 처분했다. 총 회수 금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탄탄한 트랙레코드(track record)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을 끌어들이는데 충분한 유인이 됐다. 지난 2021년 결성한 5호 블라인드펀드에는 기존 LP들이 상당수 재출자했고, 새로운 LP들도 여럿 참여했다. 연기금 및 금융기관들이 뭉칫돈을 맡기면서 당초 목표한 금액 대비 1000억원 이상 초과한 5430억원 규모로 최종 클로징 했다. 4호 블라인드펀드(2560억원)와 비교하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펀드는 이후 티맵모빌리티, 세아그룹, 메타넷티플랫폼 등의 투자비히클로 활용됐다. 



어펄마캐피탈(SC PE 포함)이 본격적으로 국내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20건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초반에 투자한 대표적인 업체는 메가박스, 교보생명, 엠넷미디어(현 CJ ENM), EMC 등이 있다. 이후 SC PE 부문으로부터 분사하기 직전까지 다산네트웍스, 두산산업차량, 스무디킹코리아, 현대오토에버, 대림자동차공업, 삼양패키징, AJ네트웍스, 엠에프지코리아(매드포갈릭), 성경식품, 선우엠티 등 10여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어팔마캐피탈이 출범한 2019년 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행보는 이어졌다. 2020년 APR을 시작으로 티맵모빌리티, 메타넷티플랫폼, 세아FS/세아에삽, Beam, 테라핀스튜디오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했던 어팔마캐피탈은 올 들어 더함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난 5월 환경 업체 광진화학을 인수하며 투자재개에 나섰다. 


◆ 회사 성장 이끄는 부동의 '투톱'


어펄마캐피탈이 지난 10여년간 안정적으로 투자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핵심인력들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어팔마캐피탈 창립자 중 한명으로, 한국 투자를 총괄하는 김태엽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및 MBA를 취득한 김 대표는 이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개발석사(MPA/ID) 과정을 수료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신한프라이빗에쿼티(PE)를 거쳐 2008년 SC PE에 입사했다.


김 대표는 SC PE에서 한국 대표를 맡아오다 어팔마캐피탈이 스핀오프(Spin-off) 하는 과정에서 회사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당시 SC그룹은 비주력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SC PE를 떼어 내기로 결정했는데, 각국 대표들이 주축이 돼 'PE 사업부 지분'을 공동으로 사들이면서 회사를 출범시켰다.


분사 이후 김 대표는 회사 내부안정화에 힘썼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기 보다는 '볼트온 전략'을 구사, 기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또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되는 회사의 경우에는 과감하게 엑시트를 단행했다. 분사 2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인 총 5400억원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김 대표의 노련한 운용방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태엽(왼쪽), 심민현 어펄마캐피탈 대표.(사진제공=어펄마캐피탈)

어팔마캐피탈을 성장 시킨 또 다른 주역은 심민현 대표다. 2009년 SC PE에 합류한 심 대표는 입사 직후 다산네트웍스 투자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조성된 4개의 블라인드펀드에 핵심 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리며 다수의 딜을 이끌었다. 특히 회사의 대표 포트폴리오로 꼽히는 EMC의 경우 투자결정부터 볼트온, 매각에 이르기까지 딜의 모든 과정이 심 대표 손에서 진행됐다.


심 대표는 전형적인 PE맨과는 거리가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SK텔레콤에 입사해 HR(인사관리)부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라 싱가포르에 소재한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어드미션을 취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PE 업계 핵심인력으로 들어올 만한 경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SC PE는 심 대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2009년 과감하게 영입했다. 


심 대표는 펀딩-투자-사후관리 등 PE의 사업 전(全) 영역을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투자 부문에서도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AJ네트웍스, 성경식품, 선우프레시, 삼양패키징, 화성코스메틱, 티맵모빌리티, 캐롯손해보험 등이 심 대표가 주도한 주요 투자사례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매니징디렉터(MD, Managing Director)로 승진했고, 작년에는 PE부문 대표에 선임됐다. 지난달에는 글로벌파트너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IB 업계 관계자는 "어펄마캐피탈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하우스와 비교해 적은 인원 대비 뛰어난 성과를 내온 곳"이라며 "EMC를 인수해 '대박'을 낸 이력이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투자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하우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AUM 규모가 너무 적은 게 사실"이라며 "탑티어 운용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앞으로 펀드레이징 및 투자 규모를 더욱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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