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멀기만 한 '제4 이통사' 찾기
28㎓만으로 부족···중저대역 주파수 동시 공급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08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정부가 진정 제4 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을 원하는지 의심스럽다."


한때 제4 이통사 진출을 노렸던 국내 한 사업자 임원의 말이다. 그는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5G 28㎓ 신규 사업자 주파수 할당 계획'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쏟아냈다. 일부 신규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중저대역 주파수 할당 계획은 쏙 빠져 있어서다. 


과기정통부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이통 3사로부터 회수한 5G 28㎓ 대역 주파수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왔다. 고심 끝에 내놓은 계획안에는 28㎓ 대역 주파수의 최저경쟁가격을 기존 대비 3분 1 수준으로 낮추고 망 구축 의무를 대폭 완화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담고 있다. 


불만을 털어놨던 임원도 28㎓ 대역 주파수 할당 계획만 놓고 본다면 신규 사업자 유치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동조했다. 다만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아무리 진입 장벽을 낮춰도 28㎓ 대역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이통 3사조차 포기한 28㎓ 대역에서 신규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고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28㎓ 대역과 중저대역 주파수를 동시에 공급해 신규 사업자가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4 이통사 진출을 검토 중인 미래모바일도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미래모바일 관계자는 "혁신과 아이디어만으로 이미 중저대역 인프라를 갖춘 이통 3사의 격차를 극복할 순 없다"며 "신규 사업자는 수익모델 없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28㎓ 기지국만 구축하다가 고사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안은 신규 사업자의 등장을 원천 차단할 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을 통해 통신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마저 외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제4 이통사 진입을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28㎓ 대역과 중저대역 주파수 할당을 병행해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원하는 중저대역 주파수는 2.3㎓ 대역(90㎒ 폭)이다. 과거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용도로 사용하다 재할당을 포기한 주파수다. 현재는 비어있는 상태다. 미래모바일은 이 같은 유휴 주파수 자원을 활용하면 '반값' 수준의 5G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규 사업자가 가격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이통 3사 위주의 시장 구조에 새로운 '메기'를 풀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에도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28㎓ 대역 망 구축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면 중저대역 주파수 공급을 순차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8㎓ 대역보다 중저대역 망 구축에만 집중했던 이통 3사의 만행이 반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선뜻 발을 들여놓을 사업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의 회유책이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시장의 독과점 구조도 더욱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통신시장 경쟁촉진 등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