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금융 재건
조병규號, 기업 네트워크 살리기
①한일·상업銀 시절 기업금융 왕좌 내줘···지주와 원팀, '영업강화' 한목소리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14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우리은행은 과거 대기업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던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이 전신으로, 과거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부실로 곤욕을 겪으며 지금은 왕좌를 내준 지 오래다. 


최근 우리은행은 한동안 은행 내부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기업금융'을 주요 경영 키워드로 끌어올리며 명가로의 부활을 선언했다. 우리은행장 선발 과정 또한 '영업력'을 주요 평가 요소로 두면서 기업금융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할 것"이라며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 이후 4일 만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도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를 개설하는 등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조치를 단행하며 취임 시 밝힌 경영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이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며 밝혔던 경영 계획의 연장선이다.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을 강조한 임 회장은 "자회사들이 영업 중심으로 모든 가치를 판단해 경쟁회사보다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기업금융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자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한일·상업은행 '기업금융' 유산 물려받았지만...뒷걸음친 경쟁력


이처럼 지주와 은행이 '원팀'이 되어 기업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은행이 전신이었던 한일·상업은행과 달리 기업금융에서 명확한 강점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상업은행은 주채무계열 기업 다수의 주거래은행으로 대기업 중심의 기업금융에 강한 은행으로 손꼽혀 왔다. 이와 같은 자산을 물려받으며 우리은행은 과거 4대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은행으로 꼽혔다. 우리은행은 올해도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38개 주채무계열 중 11곳의 주채권은행에 오른 것으로 나타나 과거부터 내려온 대기업 대출 부문에서 건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경쟁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58조8520억원이다. 하나은행(146조6510억원)보다는 많지만, 국민은행(164조3000억원)보다는 뒤처진 수치다. 신한은행(153조2081억원)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기업대출 잔액 기준으로 꾸준히 1위를 차지하던 우리은행은 지난 2011년 국민은행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지난 2016년에는 신한은행에도 역전을 당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등 기업대출 부문에서 왕좌가 흔들리고 있다. 


◆ IMF 부실 트라우마...기업 대출보다 가계대출 확대 


우리은행이 한일·상업은행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업대출 명가'라는 타이틀은 거꾸로 우리은행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데 있어 걸림돌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대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두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트라우마로 인해 우리은행이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 대신 수익성이 좋고 안전한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은행은 거액의 기업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애를 먹은 역사가 있다"며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내주지 않는 게 안정적인 영업 전략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우리은행이 증권사 등 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점도 기업대출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이 약했기 때문에 은행 내에서도 비이자이익 확대에 보다 힘을 쏟거나, 이자이익의 경우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 대신 가계 담보대출 등에 힘을 쏟는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던 2017년 이후 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타 은행 대비 낮은 성장률을 보이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에 임 회장이 최근 기업대출을 전사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전임 회장과 차별화된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가 최근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키워드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덜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은행 내에서도 리스크가 없는 가계대출 자산을 늘리지,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대출을 확대할 유인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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