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외화채 대신 EB로 자금조달 이유는
S&P 신용등급 조정, 투심위축 우려…LG엔솔 지분 활용 조달비용 낮추기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07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충남대산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수년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외화채를 발행해 해외 투자자금을 조달하던 LG화학이 올해는 외화채 대신 교환사채(EB) 발행을 택했다. 이번 LG화학의 자금조달 선택지가 달라진 배경에는 LG화학의 글로벌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투심 위축 우려와 함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활용한 조달비용 완화 노력 등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18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를 통해 총 20억달러(2조5900억원) 규모의 외화 교환사채(EB)를 발행할 예정이다. 만기는 5년물과 7년물로 나눠 각각 1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다. 교환대상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총 369만4824주로,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총수(1억9150만주) 대비 1.9% 수준이다. 대표주관업무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씨티, HSBC가 공동으로 맡았다.


LG화학은 지난해까지 외화채를 통해 해외 투자자금을 조달해 왔다. 지난 2019년 첫 외화채 발행에 나섰던 LG화학은 발행 통화를 달러와 유로로 나눠 각각 10억달러, 5억유로의 대규모 조달을 마치면서 성공적인 글로벌본드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이후 LG화학은 ▲2021년 10억달러 ▲2022년 3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이어갔다.


꾸준히 외화채를 발행하던 LG화학이 올해는 EB 발행으로 해외 자금조달 선택지를 바꾼 것은 우선 치솟은 시장금리 때문이다. 통상 달러 표시 채권은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 대비 가산금리가 더해져 정해지는데, 최근 외화채 발행에 나선 한국가스공사는 5년물 가산금리가 88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책정됐다. 미국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4.2%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가스공사의 발행금리는 5%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가스공사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LG화학이 채권을 발행할 땐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이는 LG화학이 지난 1월 말 국내 공모채 시장에서 3.7~3.8%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에 비해 이자비용이 대폭 높아지는 수준이다. LG화학으로서는 높은 조달금리를 감수하는 것 대신 보유 자산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활용하는 차입 방식으로 조달의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이번 EB 이자율은 5년물 연 1.25%, 7년물 연 1.6% 수준이다.


LG화학의 글로벌 신용등급이 최근 하향 조정된 것도 외화채 발행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LG화학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5월 LG화학의 신용등급(BBB+)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영업현금흐름이 부진해진 탓이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2021~2022년 외화채 발행 과정에서 최초제시금리(IPG) 대비 금리를 25~40bp가량 절감하는 등 좋은 레코드를 남겼다"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아웃룩이 변경되면서 LG화학에 대한 투심 위축이 나타나면 향후 글로벌본드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이 80%를 넘는데 LG화학 입장에서도 굳이 이렇게 대규모 지분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자금조달에 활용하면서 금리를 낮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EB의 교환가액은 5년물 기준 68만7500원, 7년물 기준 71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의 종가(55만원) 대비 각각 25%, 30%의 교환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다. LG화학은 이번 조달자금을 전지재료·신약 등 시설투자자금으로 약 1조4000억원을, 내부 운영자금으로 1조19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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