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집토끼 놓칠라'
지방銀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전국구 영업 우량자산 확대 과제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2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금융 제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로 채권 발행 금리 등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업계는 금리 차이가 시중은행과 대구은행의 체급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당장의 비용 절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태스크포스(TF) 출범 목표인 '상생'을 고려해 대구은행이 금리 등에서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은 혜택을 제공한다면 수익성 부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초기 비용 부담을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나갈 수 있을지 가 시중은행으로 변신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5일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허용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중은행 전환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다음 주부터는 TF를 가동해 구체적인 전환 방식을 논의한다.


대구은행은 지난 3월 당국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출범한 이후부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 전환 인가 요건과 효과 등을 원론적으로 검토해 왔다. 이후 당시 주목을 끌었던 챌린저뱅크 도입 논의가 SVB사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되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논의가 내부에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 조달금리 차이, '간판' 아니라 '체급'…지방은행 디스카운트 해소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비용 등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구 대출을 확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한편, 그간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로 시중은행 대비 높게 책정됐던 조달금리 또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수준으로 대출 자산 등을 확대하기 전까지는 비용절감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은행은 선순위채 신용등급으로 AAA/안정적, 후순위채는 AA+/안정적, 조건부자본증권은 AA/안정적 등급으로 주요 시중은행들과 같은 최고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달 금리는 동일한 등급을 가진 시중은행과 대비해 선순위채는 4bp(1bp=0.01%p),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은 21~25bp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디스카운트는 단순히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라는 인식 차이가 아니라 자산 등 체급 차이에서 드러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자산 규모를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가시적인 조달 금리 절감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 채권담당 한 연구원은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은 자산 규모에서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지방은행 경계감이 더 높은 편"이라며 "영남권 위주 영업을 전국구로 확대하며 자산을 늘리게 되면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어느 정도는 좁혀질 수 있겠지만, 당장 대출 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달금리 절감에)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조달 금리 절감이라는 긍정적인 영향 대신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전국구 영업 확대 전략이 자칫 '집토끼'를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약 시중은행 전환 추진 과정에서 핵심지역인 거점 지역 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시장지위 부문의 신용평가 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며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 전국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은행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잘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신용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위주 대출 확대 우려도


대출을 늘려 빠르게 자산을 확대한다고 해도 우려는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한 당국의 TF에서 결정된 내용인 만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시 금융소비자 후생 촉진을 위한 '메기' 역할을 하거나, 시중은행이 진출하지 않은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 또한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합리적인 금리와 한도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대구은행이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수도권이나 기타 지역의 대출 확보에 나설 경우 당분간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다. 


아울러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후 상생금융 촉진을 위해 중신용등급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자산 확대에 따른 연체율이 상승하거나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중신용기업 대출이나 개인사업자 대출 등은 담보대출이나 대구은행이 기존에 주력으로 해왔던 업종의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며 "향후 리스크 관리 능력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규모의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해야···온오프라인 전략 논의 '분주'


결국 관건은 대구은행이 전국구 영업을 통해 우량자산을 확보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다. 만약 수익성 확대에 따른 자본 적립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대출 확대를 위한 대구은행의 자본 확보 부담도 커질 수 있다.


DGB금융은 지역 은행이 없는 강원 및 충청 지역에 오프라인 점포를 개설하는 방식 등으로 금융 사각지대를 적극 공략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또 아직까지 모바일 부문의 경쟁력이 약한 만큼 가계대출 등에서는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전국구 대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그간 대구은행이 지역 기반 중소기업 대출에서 경쟁력을 가져 왔던 만큼 전국 대상 중신용 기업대출 등에서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구은행은 기존에도 시중은행의 PRM(기업금융 영업 전문가) 퇴직자들을 적극 채용하는 방식 등으로 수도권 기업금융 영업 확대에 나서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DGB금융 관계자는 "당장은 조달 금리 절감이 어려울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시중은행들이 과거부터 자산규모를 꾸준히 성장시켜 왔던 것처럼 대구은행도 향후 전략이나 방향성에 따라 비교적 큰 자산 규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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