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중국은 더 이상 예전만 못하죠"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만 기다린다던 이들도 올 들어선 어려울 것 같단 말만 반복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 뷰티 기업에게 제2의 내수시장이나 다름없다. 한 때 매출 절반을 중국에서 올릴 만큼 K뷰티의 인기가 대단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LG생활건강 '후'의 궁중, 한방 이미지가 중국 시장의 높은 럭셔리 수요를 흡수했고 K팝, K드라마 열풍이 더해지면서 한국 화장품이 훨훨 날아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현지서 K뷰티 위상이 달라졌다. 강도 높은 봉쇄 정책으로 명동이나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쓸어가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졌고, 현지에선 자국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다. 그럼에도 증권사에선 중국 봉쇄정책이 완화되고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되면 국내 뷰티 기업들도 다시 살아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워낙 현지서 입지가 단단한 만큼 시장이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도 같은 전망을 내놓으며 상반기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618 축제'가 턴어라운드의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618 축제서 국내 기업은 '톱10' 브랜드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이른바 C뷰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성장했고, 한국 브랜드 자리를 대체하면서 K뷰티는 중국 리오프닝의 수혜를 입지 못한 것이다. 결국 국내 기업이 회복하기 위해선 C뷰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목해야 할 건 C뷰티의 성장이 단순히 봉쇄 정책의 여파만이 아니란 점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의 소비 방식은 달라지고 있었고, K뷰티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영향도 있단 이야기다. 2017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미 중국 소비시장이 생계형에서 향유형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사재기'식 소비에서 점차 가치형 소비를 하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상품·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단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궈차오(애국 소비주의)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들은 중국의 가치 소비보단 마케팅이나 패키지 등 럭셔리 이미지를 지속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K뷰티의 부진은 어쩌면 예견됐었다.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가 '평균 실종'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평균적인 소비 패턴이 사라졌단 의미인데, 이젠 이를 중국 시장에도 적용해야 할 듯하다. 무조건적인 럭셔리 수요나 저가 수요만 공략할 게 아니라 K뷰티도 이젠 가치를 입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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