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작된 삼성그룹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이 대한민국 정부까지 포함된 국제 소송전으로 확대돼 8년여 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딜사이트는 정부와 엘리엇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분쟁의 주인공인 세 주체들의 손익과 자금흐름을 분석했다.

[딜사이트 정호창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관련해 입은 세수 손실이 9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패소해 13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과거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과정에서 6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징수한 덕에 알려진 것보다 손실 규모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물산 주식매매 세금 605억 징수

딜사이트가 최근 판정이 내려진 엘리엇과 우리 정부 사이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심리에 양측이 제출한 서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은 2016년 3월 엘리엇이 매수 청구한 주식 773만2779주(지분율 4.95%)의 대금을 지불하면서 540억원 가량의 세금을 원천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에서 이루어지는 주식 매매와 달리 합병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매매는 장외거래에 해당돼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등을 매수자를 통해 원천징수 방식으로 납부하게 돼 있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당시 삼성물산은 매매대금으로 엘리엇에 4566억원을 지불하며, 546억원을 공제한 4020억원을 지급했다. 이 중 정부에 납부된 세금은 540억원인 것으로 ISDS 서면에 기재돼 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과의 합의를 통해 법원에서 주식매수가격이 조정될 경우 매매대금을 추가 정산하기로 계약했다. 엘리엇이 취하한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은 주식매수가격을 당초 제시가(주당 5만7234원) 보다 16.3% 높은 6만6602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엘리엇에 724억원을 추가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65억원을 세금 및 관련비용으로 다시 원천징수했다. 두 차례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정산 과정에서 총 605억원 가량의 세금을 징수한 셈이다.

◆ 법률비용 156억 집행, 45억 회수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엘리엇 ISDS 소송 관련 예산 내역'에 따르면 올해까지 정부가 엘리엇 사건 대응에 집행한 금액은 156억2900만원이다. 법률 자문 비용으로만 99억원이 지출됐다.

ISDS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내린 판정을 통해 우리 정부가 지출한 법률비용 중 44억5000만원을 엘리엇이 지급하라 명했다.

삼성물산을 통해 징수한 세금과 엘리엇이 지급할 법률비용을 합치면 약 650억원 가량을 우리 정부가 회수하게 된다.

◆ ISDS 배상금 1389억··· 세수 손실 896억

ISDS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금 690억원과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연복리 5%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지출한 법률비용도 372억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약 8년의 기간 동안 배상원금 690억원에 복리 5%를 적용한 이자 총액은 약 326억원이다. 이를 포함한 총 배상금 규모는 138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현재까지 지출한 법률비용(156억원)을 더하면 엘리엇 분쟁과 관련해 지출되는 세금은 1545억원으로 불어난다.

회수액 650억원을 고려하면 엘리엇을 통해 입게 되는 우리 정부의 세수 손실액은 896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손실 규모는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사용된 중재판정부 행정 비용이 아직 청구되지 않은 상태이고, 우리 정부가 ISDS 판정 불복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ISDS 불복 소송이 진행될 경우 소송 및 법률비용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만약 패소할 경우에는 이자 증가로 배상금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호창 기자 ho1976@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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