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사태 손익계산서
삼성물산, 865억 더 줘
②법원 주식매수가 조정 차액 724억, 소송 기간 매수지연 이자 140억 추가 지급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09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시작된 삼성그룹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이 대한민국 정부까지 포함된 국제 소송전으로 확대돼 8년여 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딜사이트는 정부와 엘리엇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분쟁의 주인공인 세 주체들의 손익과 자금흐름을 분석했다.


(출처=각 사)

[딜사이트 정호창 기자] 삼성물산이 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당초 정한 매수가격에 비해 865억원을 더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매수가격 조정 소송을 바탕으로 이뤄진 엘리엇과의 합의에 따라 매수 지연에 따른 이자로 140억원, 법원 판결에 따른 매수가격 상향 차액 724억원이 추가 지급됐다.


상법에 허용된 합의 계약에 따른 정당한 지급이나,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다른 주주와의 형평성 논란이 삼성그룹에는 부담이다. 


◆ 엘리엇, 소송 제기 후 7개월 뒤 합의··· 매수 지연 추가금 140억


딜사이트가 최근 판정이 내려진 엘리엇과 우리 정부 사이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심리에 양측이 제출한 서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은 2016년 3월 엘리엇이 보유한 주식 773만2779주(지분율 4.95%)를 매수하면서 4566억원을 지급했다.


해당 주식은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 전 매입한 것으로 상법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 물량이다.


엘리엇은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8월 4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어 8월 20일 다른 반대주주 일부와 법원에 주식매수가격 조정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다. 엘리엇과 반대주주들은 즉각 항고에 나섰지만 판결 전까지 주식매매대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엘리엇은 4000억원 이상의 거금이 기약 없이 주식에 묶이게 돼 헤지펀드 운용사로서 매우 곤란한 입장에 서게 됐다.


고심 끝에 엘리엇은 삼성물산과의 합의에 나서게 된다. 일단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향후 법원 판결이나 삼성물산이 다른 주주와의 합의를 통해 주식매수가격을 조정할 경우 같은 조건으로 추가 정산을 하는 내용이다.


엘리엇은 자금의 장기동결을 피할 수 있고, 삼성물산은 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1심 승소를 이어갈 경우 손해볼 일이 없다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합의가 성사됐다.


당초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주당 5만7234원으로 엘리엇에 지급할 매매대금은 4425억원이다. 합병 계획상 매수대금 지급일은 2015년 8월 27일로, 양측이 합의 계약을 맺은 2016년 3월보다 약 7개월 앞선 시점이다.


엘리엇은 매수가 지연된 기간의 기회비용을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140억40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엘리엇이 넘긴 주식 매매대금이 4425억원이 아닌 4566억원으로 결정된 이유다.



◆ 매수가 소송, 1심 기각 후 2·3심 상향 판결··· 16.3%↑ 724억 증액


매수가격 조정 소송의 2심 결과는 2016년 5월 30일 나왔다. 2심 재판부는 1심 결정을 파기하고 매수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재판부는 합병설이 시장에 퍼지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영향을 받아 당시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감안해 제일모직 상장 전날인 2014년 12월 17일 주가(6만6602원)를 매수가로 정했다.


3심인 대법원은 1심 판결 후 6년이 넘은 2022년 4월 14일 판결문을 내놨다.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주식매수가격을 6만6602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삼성물산의 당초 제시가 보다 16.3%(9368원) 높은 가격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 후 한 달여 뒤 삼성물산은 합의 계약에 따라 엘리엇에 724억40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 총 지급액 5291억, 세금 공제 후 4679억 지급··· 엘리엇 19억 손실


삼성물산이 두 차례에 걸쳐 엘리엇에 지급한 주식매수청구 지분(4.95%)의 매수대금은 총 5291억원이다. 당초 매수가격(4425억원)과 비교하면 865억원을 더 지급했다.


소송과 합의를 통해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다른 주주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긴 했지만 이 거래로 이득을 보진 못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매는 장외거래로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등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매수대금 5291억원 중 611억원을 원천징수하고 4679억원을 엘리엇에 지급했다. 엘리엇이 해당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4698억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19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 구상권 논란 이어 형평성 문제까지··· 삼성 부담 가중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와 엘리엇의 ISDS 판정 결과가 발표된 후 사건과 관련된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13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중재판정부의 선고가 전해지자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성토와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에 대한 삼성물산의 주식매수가격 추가 지급 사실이 전해지자 주주간 형평성과 차별성 문제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상법상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가격은 주주와 회사간 협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어, 삼성물산의 엘리엇에 대한 대응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선 마땅히 해명하기도 어려워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그룹은 ISDS 판정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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