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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3000억 투입한 유럽 태양광사업 '밑빠진 독에 물붓기'
④ 우발부채 1282억, 영국 바이오매스 사업 100% 충당금 설정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16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중공업,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효성중공업이 유동화전문회사(SPC) 8곳에 6년간 3000억원을 쏟아 붓고도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영국 바이오매스 사업은 대여금 전액을 충담금 처리하는 등 타격이 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지난 6년간 태양광 사업을 추진 중인 SPC에 3354억원을 대여했다. 그러나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손이 발생한 8개의 SPC에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해당 SPC들은 모두 ㈜효성이 루마니아·이탈리아·영국 등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 및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들이다.


이중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을 위해 설립한 6개의 SPC(그랜드제오차, 그랜드제육차, 그랜드제칠차, 베스트레드, 베스트블루, 베스트퍼플)에 지원한 대여금 2778억원에 대해 효성중공업은 27%에 달하는 금액인 768억원을 우발부채로 잡았다.


이탈리아 태양광 사업을 위해 설립한 그린파워제오차의 경우 효성중공업이 114억원을 지원했고, 절반에 가까운 금액인 52억원(45%)을 충당금으로 계상했다. 영국 바이오매스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프로베스트킹덤제일차의 경우 효성중공업이 461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했는데 전액 충당금 처리했다.


해당 SPC들의 수익이 저하된 건 각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단기간에 급격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의 경우 루마니아 정부가 지급하기로 했던 태양광 사업 인센티브를 돌연 삭감했다. 2013년 10월 루마니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총량 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하자 곧바로 현지에서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축소했고 ㈜효성 SPC의 수익성은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그랜드제오차의 경우 2014년 18억원의 영업수익을 냈으나 2015년 5억원, 2017년 2억원으로 줄었다가 2018년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자본잠식에 들어간 여타 SPC들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SPC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말 그랜드제오차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25억원이 됐다. 그랜드제육차의 자본총계는 -172억원, 그랜드제칠차 -453억원, 베스트레드 -233억원, 베스트블루 -185억원, 베스트퍼플 -234억원, 그린파워제오차 -76억원, 프로베스트킹덤제일차 -631억원 등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효성중공업이 메워야 하는 결손금은 최소 2000억원이 된다.


해당 SPC는 국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농협증권(현 NH투자증권)은 금융주관사와 자산관리자·업무수탁자로 효성중공업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을 도왔다. 시공은 효성중공업이 맡았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전에 담당직원들이 교보증권과 다올투자증권(당시 KTB투자증권)으로 이직하면서 금융주관사가 변경됐다. 


문제는 SPC들이 ABCP 만기일이 도래했음에도 효성중공업이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시공사인 효성중공업에 자금보충을 요청했다. 효성중공업은 ABCP 상환이 어려울 경우 그 부족액을 채워 넣는다는 내용의 자금 보충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 측은 약정대로 자금을 보충했지만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손해가 발생했다며 2018년 3월 다올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효성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다올투자증권은 2021년 3월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다올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7월 서울고등법원은 다올투자증권에 대한 패소 판결을 취소했다. 대신 사업 구조를 설계한 NH투자증권에 불똥이 튀며 배상책임이 NH투자증권으로 넘어갔다.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해 현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효성중공업과 증권사 3곳의 소송이 마무리되면 효성중공업이 해당 SPC들을 청산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8개의 SPC 모두 결손이 발생하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이기에 효성중공업은 이를 청산하려면 부채를 모두 상환해야 한다.


만약 효성중공업이 승소하게 될 경우 배상금을 받아 일부 부채를 해결할 수 있지만 효성중공업이 패소할 경우 부채를 고스란히 신용보강주체인 효성중공업이 상환해야 한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충당금을 제외하면 추가로 상존하는 부채에 대한 상환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다. 효성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3월 기준 1130억원이며,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서 제대로 된 현금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모회사인 ㈜효성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효성은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상태다. 올해 1분기 기준 ㈜효성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717억원이다.


효성중공업과 소송 중인 주관사 3사 역시 우발부채를 재무제표에 명시해뒀다. NH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교보증권은 효성중공업과의 소송에서 각각 120억원씩 우발부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업보고서에 올려뒀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중공업이 지난 6년간 3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SPC에 투입했지만 사업에 차질이 생기며 부채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SPC의 경우 목적성을 갖고 설립하는 회사로 그 목적이 다하거나 사라지면 청산해야 하나 소송이 걸려있어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효성 관계자는 "SPC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라 존속기간의 만료, 자산유동화계획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 유동화증권의 상환을 전부 완료한 때, 파산한 때,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이 있는 때에 해산하는데 해산 사유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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