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안테나 지분' 싸게 되판 속내는?
유희열·유재석에 42% 지분 할인해 매각...재무부담 속 '협업 성장'에 관심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16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들. 사진=안테나 홈페이지 캡처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00% 자회사이자 연예기획사인 안테나(구 안테나뮤직)의 지분 일부를 2년 만에 원 매각자에게 되팔면서 그 배경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재무부담이 가중된 카카오엔터가 기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잠시 숨고르기 하고,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한 성장'쪽으로 자회사 육성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최근 완전 자회사인 안테나 지분 100% 중 42.07%를 약 63억원에 처분했다. 매각대상은 가수 '토이'의 프로듀서이자 안테나 창업자인 유희열 대표 및 국민 MC로 잘 알려진 방송인 유재석 씨다. 유 대표는 안테나 2대 주주(21.4%)로 복귀했고, 유 씨는 3대 주주(20.7%)로 올라섰다. 


이번 딜은 카카오엔터가 안테나의 원 최대주주이자 지분매각자인 유 대표 등에게 지분을 되팔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매입 당시 대비 일부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넘겼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1년 구주매입 및 유상증자를 통해 안테나 인수에 총 184억원을 투입했다. 유 대표 등이 보유한 주식 1만주를 인수하는데 139억원을 썼고, 이후 단행된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45억원을 납입했다. 유증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신주는 3038주다. 


인수 당시 카카오엔터는 안테나에 81억원의 장기차입금을 대여한 상태였다. 안테나의 순자산가치는 34억원 수준이었다. 구주 매입자금 규모(139억원)를 감안하면 차액 24억원 정도를 경영권프리미엄으로 추산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이번 지분매각 과정에서 안테나의 밸류에이션은 약 150억원으로 산정됐다. 주당 단가인 114만8500원을 발행주식수(1만3038주)에 대입한 수치다. 2년 전 구주인수에 투입한 184억원에 경영권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잖은 수준의 할인이 이뤄졌단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엔터가 안테나 소수지분 매각에 나선 이유로 'M&A를 통한 외형확대 전략'의 보완을 꼽고 있다. 지분 100%를 인수하며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쪽 보다는, 피투자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전략적투자자(SI)로 끌어들여 함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결단이 나온데는 최근 악화된 재무구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몇년 간 공격적인 M&A를 단행한 결과 50여개에 이르는 업체를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뒤따르지 못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648억원,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했다. 7년 만에 발생한 영업적자다. 


최근에는 예상치 못한 출혈도 겪었다.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에 총 7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카카오엔터가 올 1월 해외 국부펀드 등에서 약 1조15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밝힌 타법인 증권 취득 예상 금액(5770억원)을 웃돈다. 인수과정에서 '하이브' 등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SM엔터의 주가가 급격히 오른 탓이다.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안테나의 재무상황도 지분매각 결정에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2021년 9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208억원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억여원 줄어들어 적자(마이너스 2억4000만원)를 기록했다. 소속 연예인 정산비용이 매출의 50.6%(49억원)에서 62%(129억원)으로 대폭 상승한 영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엔터는 올 초부터 수익성이 부족한 종속회사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추세다. 2021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합병으로 출범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국내 법인을 지난 4월 청산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스토리 부문 사업을 영위하는 레전더리스,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등의 지분도 매각했다. 지난달부터는 10년 이상 재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회사지분을 매각한 뒤 단기간 재매입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며 "가격을 낮춰 인수했다는 점에서 매도자인 카카오엔터 측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M&A를 통해 한 울타리에 품었던 카카오엔터가 최근엔 과감하게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안테나의 경우도 창업자인 유 대표와 엔터업계 영향력이 상당한 유 씨를 파트너로 삼아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회사 영업이익이 예년 보다 악화된 것은 맞지만 소수지분까지 매각해야 할 재무상황은 아니다"며 "여전히 안테나의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는 만큼 앞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며, 유 대표 및 유 씨 등과 예능부문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회사의 M&A 정책도 변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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