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펀드 '봇물'…비우량채 숨통 트일까
분리과세 혜택에 약 3조원 유입 전망…"비우량등급 기업 자금조달 훈풍 기대"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9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증권가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비우량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에 이달부터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면서 비우량등급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도 훈풍이 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회사채 강세 속에서도 대부분의 투자수요가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채에 편중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번 분리과세 조치로 약 3조원가량의 신규자금이 하이일드펀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BBB급 이하 비우량채 잔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모채 시장에서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기업이 모집액을 웃도는 투자수요를 확보한 사례는 월평균 1곳에 그쳤다. 올 1월 중앙일보(BBB0)를 비롯해 ▲2월 SLL중앙(BBB+/BBB0), 한진(BBB+) ▲4월 대한항공(BBB+) ▲5월 한솔테크닉스(BBB+) ▲6월 두산퓨얼셀(BBB0) 등이다. 이 외 JTBC(BBB0), HL D&I(BBB+), 한신공영(BBB+/BBB0), 콘텐트리중앙(BBB0), 한양(BBB+) 등은 투자수요를 채우지 못해 미매각에 처했다.


이는 AA급 이상 우량기업이 많게는 조(兆) 단위 매수주문을 받으면서 연이어 증액까지 성공한 올해 시장의 흐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모채 발행물량은 33조2000억원 규모였는데 이 중 70%가량이 AA- 등급 이상 우량채에 해당했다. 미매각률도 AA급 이상은 0.6%에 그쳤지만 A등급은 15.8%, BBB등급 이하에서는 37.9%로 높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회사채 시장은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AA급 이상 우량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특징"이라며 "하이일드 시장이 두텁게 형성돼 있는 미국 채권 시장과 달리 국내 직접금융시장의 다양성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을 도입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이달 12일 시행됐다. 이날부터 오는 2024년 말까지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 가입일로부터 3년간, 1인당 가입액 3000만원까지 발생하는 이자소득·배당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원천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 한다는 게 골자다.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은 지난 2014년 도입됐다가 2017년 종료된 바 있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모펀드의 경우 BBB+ 등급 이하 회사채(A3+등급 이하 전단채 포함)를 45% 이상 편입하고 해당 채권을 포함해 국내 채권에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사모펀드와 투자일임계약, 특정금전신탁은 BBB+ 등급 이하 회사채(A3+등급 이하 전단채 포함)에 45%, 이에 더해 A등급 회사채(A2등급 전단채 포함)에도 15% 이상 투자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분리과세 조치로 약 3조원가량의 신규자금이 하이일드펀드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발행잔액이 약 9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에 달하는 추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셈이다.


개정안 시행 이후 증권사들은 일제히 하이일드펀드 판매에 나섰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다올공모주하이일드'를 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다올공모주하이일드'와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 대신증권은 '대신하이일드공모주'를 각각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 ▲흥국공모주하이일드 ▲다올공모주하이일드 ▲다올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 등 4종을, 삼성증권은 다올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 ▲다올공모주하이일드 ▲현대인베스트먼트공모주하이일드 ▲흥국공모주하이일드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 등 5종을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다올공모주하이일드 ▲다올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 ▲흥국공모주하이일드 ▲마이다스하이일드공모주알파 ▲웰컴공모주하이일드 등 6종의 하이일드펀드를 대거 선보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제 자금이 조성돼 비우량채 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요를 형성하기까지는 수개월 가량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적지 않은 자금이 예상되는 데다가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연장돼 올 하반기나 내년 초쯤에는 비우량등급 기업의 자금조달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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