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풍향계]
운용사만 속앓는 '미꾸라지 인력 이탈'
중도 이직 패널티 '천지차이'…"심사역 개인 처벌도 강화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13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 국내 창업투자회사(창투사) A사는 최근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로부터 5억원 안팎의 '관리보수 삭감' 처분을 받았다. 올초 퇴사한 투자심사역의 이탈과 겸직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결과다. 물의를 일으키고 떠난 심사역은 어떠한 금전적 손실도 보지 않았다. 이직한 운용사에서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지원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유한회사(LLC)형 벤처캐피탈 B사는 최근 운용하는 펀드의 관리보수가 10% 삭감됐다. 펀드 핵심운용인력이 이탈하자 유한책임조합원(LP)들이 칼을 빼든 것이다. B사는 퇴사한 인력을 설득하려 했지만, 이미 이직을 결심한 심사역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해당 심사역이 공식 퇴사하기 전부터 새 명함을 돌리고 다닌 탓에 되레 겸직 문제까지 소명해야 했다.


벤처펀드 운용인력 이탈에 대한 패널티가 지나치게 운용사에 편중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꾸라지처럼 규제와 법망을 피해 거처를 옮기는 이직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중도 이직한 심사역이 출자사업에 지원할 때 패널티를 부과하는 기준이 있다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나 처벌 수위가 공개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창투사 A사는 운용인력의 '이탈'과 '겸직' 문제로 한국벤처투자로부터 관리보수 삭감 처분 징계를 받았다. 위탁운용사(GP)가 펀드 운용인력을 변경할 경우 잔여 투자기간에 따라 관리보수를 삭감하도록 하는 규정(한국모태펀드 출자 자펀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았다.


해당 규정은 '인적 자원'이 중요한 펀드 운용의 특성을 고려해 제정됐다. LP 입장에선 펀드 운용을 맡긴 GP가 인적구성을 잘 유지하도록 감시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펀드 운용인력 입장에선 회사의 부당해고나 불합리한 지시를 방지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운용사가 짊어지는 책임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예시로 든 A사의 사례만 봐도 운용사와 심사역에게 부과하는 처벌 수위가 확연히 다르다. 더군다나 A사의 경우 이탈한 운용인력의 '겸직'에 대한 패널티까지 떠안았다. 퇴사한 심사역 개인의 착각으로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도 운용사가 대신 처벌을 받은 셈이다.


반면 물의를 일으킨 심사역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A사에서 신생 LLC형 벤처캐피탈로 자리를 옮긴 이 심사역은 왕성히 활동 중이다. 파트너급 인력으로 합류해 최근 모태펀드가 주관하는 출자사업에 지원했다. 현재 서류심사 문턱까지 넘은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 출자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서류심사 평가항목엔 '펀드 운용 중 중도 이직'이 포함돼있다. 이를 토대로 중도 이직한 심사역에 대해 별도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는 게 한국벤처투자의 설명이지만, 실질적인 핸디캡(Handicap)이 어느 정도인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만 보더라도 중도 이직한 심사역에 대한 패널티가 실질적으로 작용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물의를 일으킨 심사역의 이름을 올리지 않고 서류심사를 통과했더라도 해당 운용사가 파트너십 기반의 LLC형 벤처캐피탈임을 고려하면 정성적인 부분을 참작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벤처캐피탈 B사도 최근 운용인력 이탈로 징계를 받았다. 펀드 핵심운용인력이 퇴사하며 관리보수가 10% 줄어드는 패널티를 받았다. 이직을 결심한 심사역을 적극적으로 설득했지만, 완고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B사는 중도 이직한 심사역이 퇴사 전부터 새 회사 명함을 돌리고 다닌 탓에 '겸직' 이슈를 소명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관리보수 삭감이라는 직접적인 손실 외에도 시간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간접 영향까지 받은 셈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총 234곳. 4년 전(149곳)과 비교하면 85곳이나 증가했다. 이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운용인력 이탈 패널티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심사역의 부당해고를 막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 오히려 운용사를 위협하는 무기가 된 것 같다"며 "운용사뿐만 아니라 중도 이직한 심사역에 부과하는 실질적인 처벌 수위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소통 부재'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이유로 운용사들과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행태가 소통의 단절을 불러왔다"며 "직접 만나 징계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어려우니 운용사들의 답답함이 더욱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내부 심사 기준이라 밝힐 수 없지만, 펀드 주목적 투자를 마치지 않고 이직할 경우 운용인력 개인에 대한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해당 인력이 출자사업에 지원할 때 정량적인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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