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투자자 유증 불만 극복할까
장 초반 주가급락..."단기 부정적 이슈지만 중장기 긍정적"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15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1조원이 넘는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유증)에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인 데다 유증 규모의 30%가 채무상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유증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1조1777억원의 유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시설투자에 4185억원(36%) ▲타법인 증권 취득에 4092억원(35%) ▲채무상환에 3500억원(30%)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에 26일 개장 직후 주가가 7% 넘게 급락하기도 했지만 컨퍼런스콜(컨콜)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는데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컨콜에서 시설자금 4185억원으로 부천 대장지구에 그린캠퍼스를 조성하는 등 연구개발(R&D) 강화에 사용하고, 3500억원으로는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 4092억원으로는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술 확보 및 사업 개발 ▲생활 폐기물 가스화를 통한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 및 상업화 투자 ▲탄소포집·저장관련 기술확보 및 사업 개발 등 그린 비즈(Green Biz) 전환 가속화에 투자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유증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단 점이다. 우선 주주배정(우리사주 20%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통상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이 주주서한에서 발표한 대로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가져갈 수 있지만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높은 할인율(최대 30%)을 발행가로 책정해 시가 대비 저렴한 신주를 발행하고, 늘어난 신주 만큼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조달 규모 중 30%가 채무상환 목적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영업자금이 아닌 유증자금으로 타인에게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유증 정보가 일부 투자자들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SK이노베이션 주가가 22일과 23일 양일간 시간외거래에서 이상 하락을 보였고 ▲수일전부터 SK이노베이션 공매도 규모가 급증했으며 ▲모회사인 ㈜SK의 주가가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몇몇 투자자는 한국거래소에 '23일 유상증자재료 사전유출에 따른 불공정거래'를 신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증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자사주 소각 등 추가적인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며 확정 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유증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시각을 내놨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유증에 따른 지분희석과 주주가치 훼손은 아쉽다"면서도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 자체 사업이 신경제(New Economy)로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확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분 희석(희석율 보통주 기준 약 8.9%) 및 채무 상환 목적의 유증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으나 시설자금 및 타법인 취득 자금의 상세 내용에 따라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로고. (제공=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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