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실탄 꽂힐 'SMR·R&D·가스터빈'
구조조정 마치고 신사업 확장 모색…추가 자금조달 가능성 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팔아 276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지난 2018년에도 두산밥캣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회사 성장에 마중물을 붓기 위해서다.


다른 계열사로 전출됐던 재무담당 임원이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로 복귀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추가 실탄 마련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탄이 들어간 대상으로는 'SMR(소형모듈원자로)·가스터빈·R&D(연구개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가 투자한 미국의 SMR 회사 뉴스케일파워가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두산건설로 옮겼던 자금 조달 담당 임원 복귀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1일 주식 장이 열리기 전 두산밥캣 지분 4.99%를 매각해  2760억원을 확보했다. 회사가 보유 주식을 매각한 사례 중에는 옛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이후 처분 규모가 가장 크다. 


'깜짝' 블록딜로 마련한 자금의 용도는 뚜렷하지 않다. 앞으로 구상하는 신사업에 쓰기 위한 선제적 자금 확보의 성격이 크다. 최근 두산그룹 전반으로 미리 자금을 마련해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두산에너빌리티도 이와 비슷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가까울 시일 내에 추가 자금 조달이 있을 수 있단 얘기다. 


지난달 이종문 두산건설 CFO가 두산에너빌리티로 소속을 옮겼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전무는 10년 넘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재무 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다. 작년 두산건설로 옮기기 전까지 자금 조달을 담당했다. 두산건설로 간지 1년도 안 돼 다시 돌아온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부채비율을 지난해 129%까지 낮춘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 마지노선이 200%라면, 현 자기자본 규모를 감안할 때 앞으로 최대 7조원까지 부채를 늘릴 수 있다.


자금 조달의 우선 방안으로 회사채 조달이 꼽힌다. 낮은 신용등급이 우려된다면 스프레드를 더 얹어 사모채로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동화 가능한 4조5450억원 규모의 상장·비상장 기업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제공=두산에너빌리티)

◆'선택과 집중' SMR·가스터빈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예상 수주 규모는 작년보다 1조원 증가한 8조6000억원이다. 연초 2조원 넘는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원자로설비 공급 계약을 따내, 대형 일감을 확보한 회사는 관심을 SMR로 돌렸다. 


SMR은 작년 채권단 관리체제가 종결된 이후 회사가 성장 발판으로 콕 집은 사업이다. 올해 연간 SMR 수주 금액은 6000억원으로 관측되며, 오는 2025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주기기 제작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개발사들과 협력 관계를 다질 때 '지분 투자'를 활용해 왔다. 지난 2019년 투자한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대표적이다.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첫 SMR 발전소로 추진중인 미국 아이다호 UAMPS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발전소에 사용할 소재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하고 있다.

   

우선 지분을 투자해 신뢰를 쌓고 기술력을 발판으로 수주를 따오는 방식이다. 지분을 통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추가 투자 가능성도 크다. 


실제 뉴스케일파워는 5억달러(한화 약 6470억원) 한도의 자본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뉴스케일파워는 "연구 개발 비용, 운전 자본, 운영 비용 및 자본 지출을 포함한 일반적인 기업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당사와 상호 보완적인 사업 및 제품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라고 조달 목적을 덧붙였다. 한번에 5억 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을 하지 않고 여러차례에 걸쳐 진행할 것으로 관측되며,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는 "두산밥캣 지분을 처분한 것과 미국 SMR 업체 투자간 상관 관계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R&D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복합화력발전소와 ESS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발전기술이나, 제주도 풍력 전력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등 미래 사업과 연관된 연구활동도 활발하다. 


최근 3년간 집행한 연구개발비용은 2020년 4788억원, 2021년 4310억원, 2022년 3768억원이다.


R&D 과제 중에는 가스터빈 사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개발중인 가스터빈 전모델에 대해 수소를 혼합하는 수소터빈 기술개발도 시작했다. 

    

가스터빈은 원자력 사업 다음으로 올해 가장 큰 규모의 수주 실적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올해 대형 가스터빈 실증 사업 수주 규모는 6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북미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형 가스터빈 상용화에 성공해야 한다. 김포열병합 발전소에 설치한 가스터빈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것으로 지난 3월 시운전을 마쳤으며, 하반기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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