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오른 동원산업, 'ESG' 우선 힘주는 까닭
작년 등급 B→C 하향…비재무적 역량에 전력투구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동원그룹 사옥 전경. (제공=동원그룹)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동원산업이 그룹 지주회사로 올라선 이후 ESG(환경·사회·투명경영)경영부터 챙기고 있다. 작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며 ESG등급이 C등급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ESG등급은 최근 금융권의 기업투자 기준점으로 적극 활용되면서 갈수록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이에 동원산업은 떨어진 ESG등급 회복을 위해 주주가치 제고를 포함한 비(非)재무적 역량 강화에 전력투구 중이다.


한국ESG기준원(KCGC)은 작년 동원산업의 ESG종합등급을 종전 B등급에서 C등급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했던 계열사간 합병이 발단이 됐다.


동원그룹은 작년 4월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 지주회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의 적절성을 두고 기관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며 한 차례 무산 위기를 맞았다. 이후 소액주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합병비율 기준을 시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한 뒤에야 같은 해 11월 합병이 성사되고 동원산업이 사업지주회사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ESG기준원은 당시 동원그룹이 처음 시도했던 합병작업에 대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것이 명백하다"며 "동원산업의 가치를 높이기보다 비상장 지주회사의 우회상장 효과가 크다"고 지적하며 ESG항목 중 G(지배구조·투명경영)를 전년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두 단계나 내렸다. 결국 이는 동원산업의 종합등급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C등급은 지배구조와 환경 그리고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 경영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단계다. 아울러 비재무적인 위험요소로 인해 주주가치의 훼손 여지가 큰 기업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C등급을 받으면 기업의 신뢰도 뿐만 아니라 회사채 발행 등 향후 재원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금융권에서는 자체적인 기업투자나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ESG평가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특히 그룹투자 전반에 대해 주축이 되야 할 지주회사 입장에선 향후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선 ESG등급 상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금융권에서 ESG등급을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나설 때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동원산업의 경우 신용등급은 AA-인데 반해 ESG등급은 C까지 떨어져 양 지표간 괴리감이 크다"며 "이 부분을 줄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원산업 ESG등급 변화 추이. (출처=한국ESG기준원)

위기감이 커지자 동원산업 역시 떨어진 ESG등급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먼저 작년 두 단계나 하락하며 전체등급에 악영향을 준 G(지배구조)영역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첫걸음으로 G영역의 핵심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원산업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보유한 자사주 1396만주 전량을 단계적으로 소각할 계획이다. 기업가치 변동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약 6000~7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1차로 이달 28일 자사주 350만주 소각에 대한 임시주총이 소집된다. 총 소각금액은 약 16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작년 총 398억원(주당 1100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전년 258억원과 비교하면 54.3%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2019년 101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4배 가까이 배당액이 확대됐다.


동원산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경영정보 공개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까지 국내 투자자 중심이었던 IR활동을 외국인 투자자까지 넓히고 IR홈페이지 개편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정기적인 어닝콜을 통해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경영투명성까지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업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은 친환경부문인 E영역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국내 최초로 해양관리협의회(MSC)로부터 참치 선망어업과 연승어업에 대한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해양관리협의회는 지속가능 수산물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비영리기구다. 이 기구의 인증을 받은 제품은 지속가능한 착한 수산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어 작년 말부터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협력관계를 맺고 참치 어획용 폐어망을 자동차부품으로 재활용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원산업이 연간 약 465t의 폐어망 분리·배출 체계를 구축해 100t 규모의 재활용 나일론을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하면 이를 자동차 엔진커버 등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노력 덕에 동원산업은 작년 ESG종합등급 하락에도 E영역만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홀로 상향 조정하는데 성공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ESG경영은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생존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 주주환원을 포함한 그룹 전반의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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