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중간점검
식음료, 원자재 부담 완화?...하반기는
③시장 "1분기 저점, 점진적 수익성 상승 기대"...업계 "평년 이상 원가 높아 문제"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1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 신라면 (제공=농심)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에 직격타를 맞았던 국내 식음료 기업들의 실적이 2분기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두(콩)·소맥(밀)·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물론, 물류비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안정화 되고 있어서다. 다만 식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평년의 비해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어 손해를 감내하고 있단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의 물가안정화 정책과 내수소비 부진으로 가격인상 여지가 사라진 만큼, 해외사업이 하반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요 식음료 회사 10곳(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대상, SPC삼립, 오리온,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매일유업, 빙그레)의 올 매출액이 59조1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조1259억원으로 같은 기간 1% 늘어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실적 상승의 전망 배경은 주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까닭에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3~9개월의 시차를 두고 원재료가 생산에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값싼 원가가 생산에 반영된단 것이다. 다만 시장 한 관계자는 "스프레드(제품가격-원재료) 개선은 하반기들어 두드러지겠지만, 기타비용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화정책과 내수 소비 부진에 쉽사리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성장 폭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 역시 식음료 업종 실적은 2분기부터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 중이다. 3월 중순, 흑해곡물협정이 연장되면서 곡물가가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올 5월 국제 소맥(SRW) 가격은 1t당 227.7달러로 전년 대비 45.69% 내렸고, 국제 대두유 거래 가격은 1095.02달러로 같은 기간 40.58% 하락했다.


하지만 식음료 기업들은 시장의 기대만큼 수익성을 제고하기가 쉽잖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원자재 가격이 고점에 비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평년에 비해선 아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원당의 경우 여전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며 밀·팜유 등도 평년에 비해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제품 가격인상으로 수익성 조정이 되지 않을 만큼 원가가 뛰었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발 '가격 인하 압박'이 전방위로 번지는 모양새라 가격 인상의 여지도 사라지고 있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앞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라면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라면 값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식품 원료에 우유의 비중이 적고, 수입산 비중이 높아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다"며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식음료 기업들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먼저 라면제조사의 경우 해외시장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농심은 미국법인의 성장률이 가파른 만큼 추가 투자로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건기식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 신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 중심의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 동남아 지역의 대형유통채널과 로컬마켓의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업체는 일단 흰우유 등 우유가격 인상은 원유 가격 조정 협상을 기다린다. 낙농업계가 주장하는 인상폭이 1L당 69~104원으로 지난해(1L당 49원) 보다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단 입장이다. 출산율 하락에 따른 주력 소비군 감소는 성인시장에서 회복한단 계획이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빙그레는 성인영양식 제품(건기식)과 식물성음료 등의 제품군을 확대해 수익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 4월 스타벅스차이나와 아몬드브리즈(식물성음료) 바리스타 공급 계약을 체결해 중국 스타벅스 6000곳에 공급을 시작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서울우유는 원유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로 수익성 개선을 이룰 방침이다.


식품업체의 경우 CJ제일제당은 미래식품소재 사업인 Taste&Beyond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클린라벨식물성 발효소재 'TasteNrich'와 비건향미소재 'FlavorNrich' 등 신개념 소재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비건(Vegan) 식품 라인업도 늘려 글로벌 시장공략을 가속화한다. 기존 식물성 브랜드 '플랜테이블'에 더해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조미료로 고객기반을 확보한단 것이다. SPC는 북미지역 공략을 강화한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미국 내 13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160점의 추가 가맹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미국 및 북미 지역에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밀가루 등 특정 원재료의 경우 삼립 세종센터 등에서 자체 생산을 통해 원가부담도 낮췄다. 


SPC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대체 원료나 대체 생산지 확보를 통한 원가 절감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밀가루 등 특정 원재료와 같은 경우에는 삼립 세종센터 등을 통해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낵·음료제조사들은 원자재·생산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 오리온은 설탕, 전분, 땅콩 등 하반기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원재료를 국내외에서 통합 구매하고, 비딩업체 확대 등을 통해 원가 압박을 최소화한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상품품목수(SKU) 최적화가 핵심이다. 제품 특색이 중복 제품을 통폐합하거나, 최근 소비자 니즈가 높은 건강 포트폴리오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전체 제품의 운영 타당성을 검토해 수익성 높은 제품을 판매한단 것이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힘을 준다. 오리온은 중국·베트남에서 스낵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러시아에서는 젤리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설탕, 전분, 땅콩 등과 같이 하반기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원재료를 해외법인과 통합 구매하고 비딩업체를 확대해 원가 압박을 최소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웰푸드는 인도에서 초코파이 라인을 증설을 통해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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