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NFC 막았던 현대카드, 이젠 보급확대 '빈축'
2015년 비용문제로 도입 반대…정태영 부회장 "NFC 국내 보급 너무 늦어"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6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현대카드가 과거 국내에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도입을 반대했었던 사실이 회자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출시 이후 뒤늦게 NFC 보급 확대를 강조하는 등 선구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여신금융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면서 NFC 비접촉 결제 방식 단말기의 확대 보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이유는 NFC 단말기의 국내 보급률이 유독 낮았던 탓이다.


◆ 애플페이, NFC 기술만 적용…사용 가맹점 제한적


NFC와 더불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도 사용가능한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NFC 기술만 적용되는 탓에 단말기 호환에 문제가 있었다. 애플페이는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VISA)가 함께 만든 NFC 규격인 EMV 방식을 사용한다.


애플페이 출시 당시 국내 매장에 보급된 NFC 단말기 비율은 전체 단말기 가운데 10% 안팎으로 추정됐다. 결제 가맹점이 적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던 이유다.


현재 국내 시장에 NFC의 도입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된 수치가 없다. 그러나 애플페이의 출시 이후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NFC 단말기의 보급이 확대되며 다양한 업종의 매장 계산대에는 'Apple Pay'라는 마크가 있는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재 애플페이 국내 참여 브랜드는 약 150여개로 알려져 있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편의점, 백화점·쇼핑, 마트·슈퍼, 커피, 제과·디저트, 외식, 호텔·리조트, 주유·충전, 영화·도서, 레저·여행 등으로 나뉜다.


◆정태영 "NFC, 속도·편의·보안성 등 장점"…보급 비용 부담은 여전히 숙제


NFC는 기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대비 개선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NFC 기술이 가진 장점은 페어링 과정에 있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블루투스나 와이파이처럼 등록 과정이 필요 없다. 반응 속도도 빨라서 NFC 칩이 장착된 두 기기를 가까이 가져가면 0.1초 만에 인식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사용 거리가 짧은 것도 장점이다. 기술적으론 최대 10cm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4cm 이내에서 사용된다. 거리가 짧다 보니 누군가 중간에 끼어들어 데이터를 가로채기 어려워 보안성이 좋다. 여기에 기술이 표준화돼 비용이 적게 들고 기기를 만들기도 쉽다는 평가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보니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스마트폰 결제처럼 주로 신원이나 카드 정보를 활용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해외 주요 신용카드사에서는 비접촉 결제 방식을 표준 통신 기술로 채택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애플페이 출시 당시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NFC 단말기가 기존 방식 보다 발전된 시스템임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보급이 크게 늦어 이제라도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가장 발달된 형태의 단말기인 NFC 단말기가 한국에 자생적으로 깔려있었다면 여러 최신 페이가 편하게 정착했을 것"이라며 "NFC 비접촉 방식의 단말기는 편의성, 속도, 보안성, 위생 모든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음에도 한국에서 보급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NFC 단말기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보급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출처=정태영 부회장 소셜미디어)

다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국내에 들여온 현시점에도 NFC 단말기 보급 비용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15만~20만원으로 알려진 NFC단말기 교체 비용은 초기 현대카드에서 일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도로 정부도 가맹점들의 NFC 단말기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NFC·QR 단말기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카드 비용부담 등 이유로 반대…"이제 와서 선구자 행세" 빈축


하지만 현대카드의 이 같은 태도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8년 전 IC단말기 전환 사업 당시 국내 8개 카드사 중 현대카드를 비롯한 6개사가 비용 문제로 NFC기능 추가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국내 카드업계는 '영세가맹점 IC단말기 전환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NFC 기능 추가 여부를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대립했다.


당시에는 통신사 지분이 있는 하나카드(SK텔레콤)와 BC카드(KT)만이 NFC 기능 추가를 찬성했다. 통신사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모바일카드에 주력했던 하나카드와 BC카드는 IC단말기로 교체하면서 추가 비용을 들여 NFC 기능을 탑재하자고 주장했다. 모바일카드는 금융기능 탑재 유심칩을 스마트폰에 심는 방식이다. 이를 NFC 기능을 갖춘 단말기가 인식해 결제한다. 


반면 애플리케이션(앱) 내 바코드나 QR코드로 결제하는 앱카드에 주력한 현대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NFC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로의 교체를 반대했다. 이들 카드사는 공동으로 스펙을 정의해 앱카드를 선보였다. 앱카드는 OTC라는 형태의 일회용 카드 번호를 읽는 방식을 이용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IC단말기 전환 사업 당시에도 NFC 방식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였기에 기능 추가 논의가 있었지만 카드사 간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면서 "IC단말기 전환 사업이 각 카드사로부터 기금을 조성해 추진됐던 만큼 의견 합치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NFC 기능 도입을 찬성한 곳은 하나카드와 BC카드 뿐이었다"며 "현대카드를 비롯한 다른 카드사들은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NFC 기능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NFC 기능 추가에 들어가는 도입 단가가 현재와 비교해 더 높았던 터라 비용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NFC 도입을 반대하던 현대카드가 이제 와서 선구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현대카드의 태도 변화를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현대카드는 당시 IC단말기 전환 사업의 취지와 추가 비용 발생, 사업전략 차이 등의 문제로 각 카드사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NFC 도입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2015년 IC단말기 전환 사업 추진 당시 '보안 강화'라는 사업 취지와 '추가 비용 발생' 등의 문제를 놓고 카드사간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NFC 도입이 무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각 카드사간 사업전략에서 입장 차이가 명확했기에 결국 금융당국에서도 NFC 기능 추가를 배제한 사업 지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현대카드의 NFC 도입 반대 사실이 회자되며 애플페이 도입 직후 달라진 태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출처=커뮤니티 게시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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