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바이아웃(경영권인수) 투자확대 기조를 결정한 가운데, 올해 조성을 추진중인 '구조혁신펀드'가 핵심축으로 떠오르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하반기부터 자금조달 이슈가 있는 매물들이 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타깃으로 한 펀드를 만들 경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끌어 내기 수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투자은행 업계(IB)에 따르면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위탁운용사(GP) 숏리스트로 PEF 15곳을 선정해 통보했다. '일반 부문'에 지원한 한투PE는 SG프라이빗에쿼티(PE), 유진자산운용,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 9곳과 운용사 3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한투PE와 SG PE는 지난 2020년 캠코 출자사업에 공동운용사(Co-GP)로 참여해 구조조정펀드를 결성했지만, 이번에는 경쟁 상대로 만나게 됐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캠코가 기업구조 조정을 통해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한 펀드다. 펀드 결성액의 60% 이상을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자본잠식, 과다부채 등 재무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주 타깃이다. 또 파산했거나 회생 및 관리절차가 진행된 기업도 주요 투자대상이다.
시장은 한투PE가 캠코의 구조혁신펀드 출자사업에서 최종 운용사로 선정될 경우 바이아웃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자닌에 집중된 투자영역을 넓혀 나가기로 회사 내부적 의사결정을 마친 상황에서, M&A에 적합한 대규모 재원을 확보하게 될 경우 공격적인 투자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부터 중소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출회할 것이란 시장 전망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급격한 금리인상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등의 이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인 캐쉬버닝(자금소진)인 1년이 지난 올 하반기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 보고 있다. 충분한 현금을 비축해 두지 못한 기업들은 결국 순차적으로 PEF 등 외부 투자처로부터 자금조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캠코 출자사업에 단독으로 지원한 점은 한투PE가 '바이아웃 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펀드를 운용할 경우,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복잡할 뿐 아니라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눈치만 보고 안전한 투자만 승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이아웃 보다는 메자닌, 소수지분 등 '하방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된 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투PE가 SG PE와 공동으로 지난 2020년 2550억원 규모로 결성한 블라인드펀드(한투에스지기업재무안정)의 경우 바이아웃 딜이 단 한건도 없다. 신영(400억원), 티앤더블유코리아(350억원), IGA웍스(350억원), 대한조선(500억원) 등 7개 회사에 투자를 단행했는데 대부분 메자닌 방식이었다.
SKS PE와 공동 운용하는 블라인드펀드(에스케이에스한국투자제1호사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소·부·장 기업에 주력으로 투자하기 위해 기획된 이 펀드는 총 1304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첫 투자처로 제일기공을 낙점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1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억원을 매입한 뒤 이어진 투자에서도 서진지스템(100억원), 비엠티(200억원), 에코프로(200억) 등 모두 CB형태로 투자했다.
현재 한투PE는 캠코의 GP 선정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펀드 매칭(matching)이 가능한 다른 LP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로부터 약 1000억원 안팎을 출자받고 한국투자금융 그룹 및 연기금 및 금융투자로부터 추가 자금을 모아 총 3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일부 LP들은 그간 투자성과에 주목하며 출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PE는 오랜 기간 메자닌 및 소수지분 부문에서만 투자레코드를 쌓으면서 M&A 이력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며 "수천억원 규모의 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할 경우, 다수의 바이아웃 딜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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