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사주의 마법', 첫 단추 잘못 끼웠다
법무부 유권해석 실무자 "당시 기업 분할·합병시 자사주의 신주 배정 금지 취지 밝혀"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08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박기영 기자)


[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최근 열린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눈길이 가는 이벤트가 있었다. 회사 분할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발행, 일명 '자사주의 마법'에 대해 법무부가 불법 소지가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은 과거 법무부에서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했던 실무자가 직접 이야기했다. 단순 견해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세미나 방청객으로 참석한 황현영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법학박사)은 "(자사주의 마법에 대해) 저희(법무부)는 이 신주 배정을 금지하라는 취지로 유권 해석을 했음에도 실무에서는 이것이 마치 허용되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이 끝나고 방청객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황 연구위원은 과거 법무부에서 해당 유권해석을 작성한 실무자다.


필자는 황 연구위원의 말을 듣고 상당히 놀랐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A사 보유한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 회사가 인적분할하면 자사주에도 신주가 배당돼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자사주의 마법은 현재까지도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22년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은 총 193건이다. 이중 92건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계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지정된 상장 기업이 147개란 점을 고려하면 인적분할은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무척 자주 활용된 셈이다.


사실상 회사 돈으로 특정 주주에게 경영권 강화라는 혜택을 주는 셈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논란의 대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대부분 '자사주의 마법 논란' 초점은 주주권익 침해에 따른 '도의적 문제'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처음부터 법무부가 이에 대한 불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법조계 패널과 업계 패널 두명은 "과거 법무부가 기업 분할, 합병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황 위원의 유권해석 취지와는 정반대 해석인 셈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처음부터 법무부가 불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 자사주의 마법은 어떻게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는 걸까. 세미나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정부 탓'이었다. 정부가 국내기업에 지주사 전환을 권장하면서 국내 현행법상 경영권 강화기법이 마땅치 않자 이를 용인했다는 설명이다.


학계 패널들은 자사주에 대한 강제 소각이나 일정기간 보유금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사주는 자금거래로 봐야 하며 자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2015년부터 9차례 이상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제는 이미 자사주의 마법이 공공연하게 쓰였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기에 현실적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한 패널은 자사주가 이미 기업의 금융자산이란 점을 강조하며 재산권 침해 우려도 제기했다. 이 패널의 지적대로 현업에서 자사주는 매각을 통한 자산 확보에 활용되거나 인수합병(M&A) 재원으로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정부가 입법으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기업들이 재원 활용을 위해 자사주를 대거 처분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 피해로도 이어진다.


결국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학계의 주장은 논리적이고, 업계의 주장은 현실적이다. 공은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기대해본다.


아래는 황 연구위원이 말한 상장사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관련 법무부 유권해석 원문이다.


"회사 분할로 인한 자기 주식 분할 및 분할된 신설회사의 신규 배정 방식이 상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금지된다고 할 수는 없고 다음에 요건을 구비해 개정했다면 무효라 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다음)분할 절차상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식 교환 비율 등에 있어서 출자 비율을 공정하게 반영해 특정 주주를 차별적으로 대해 그 이익을 침해하거나 특정 주주가 우연한 이외에 그 지분이 확대되거나 예상치 못한 수익을 보는 등 주주평등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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