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확대경]
LG전자
비상경영체제에서도 전장사업은 재고 쌓기 중
① 눈에 띄게 감소한 공장 가동률...비상경영체제 유지에도 전장사업만 나홀로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08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후 재고 자산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을 줄인 반면 적극적 마케팅을 통한 해외 매출을 늘리는 등 재고 조정 노력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이와는 상반되게 LG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전장 사업은 가동률을 높이며 재고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 경기침체기 재고 줄이기로 대응 


올해 1분기 LG전자의 재고자산은 9조83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0조원, 3분기 11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던 것에 비해 큰 폭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9조388억원까지 감소했다가 올 1분기에는 4.7% 증가한 수치다. 소폭 재고자산이 늘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12% 이상 준 상황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국내 전자, 가전 기업들의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수요가 둔화되면서 제품이 팔리지 않자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


재고가 늘어난 상황에서 제품을 완성하거나 판매하는데 드는 비용, 즉 원자재값과 물류비가 오를 때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매출원가에 포함되면서 수익성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된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에 LG전자는 재고 조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지난해 LG전자는 매출액은 83조4673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3조5510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면서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5% 감소한 3조5510억원에 그쳤다. 재고자산 역시 크게 늘면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재고자산 건전화에 나섰다. 


◆ 공장 평균 가동률 10% 이상 줄이기도


LG전자는 가장 먼저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회전율을 늘리는 대신 원재료 매입을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를 지속했다. 또 마케팅 강화로 북미 시장 등 해외 매출을 늘리며 재고 자산이 매출로 빠르게 이어지도록 했다.


지난해 LG전자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주요 사업본부별 공장 평균 가동률이 눈에 띄게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가동률은 회사가 보유한 생산능력과 비교한 실제 생산 수량의 비중을 의미한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가동률은 냉장고 111.8%, 세탁기 90.1%, 에어컨 120.8%였다. 지난해 동기 각각 냉장고 126.5%, 세탁기 98.6%, 에어컨 129% 수준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1분기 가동률은 75.3%에 그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보복소비 현상'이 있었던 2021년에는 96.6%, 지난해엔 81.2%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IT·상업용 디스플레이 등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의 공장 가동률 역시 135.1%에서 100.3%로 낮췄다.


이처럼 운영 효율화에 나서면서 올 1분기 H&A사업본부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4.2% 줄어든 3조7926억원, BS사업본부는 34% 감소한 6877억원, HE사업본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 줄어든 1조351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효자'된 전장...원재료 공급도 원활


각 사업본부들이 재고조정에 총력을 다하는 것과 달리 VS사업본부는 오히려 활발하게 공장을 가동 및 재고를 늘리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3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LG전자의 1분기 VS사업본부 매출은 2조3865억원,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말 기준 이 회사의 전장 수주잔고는 80조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전자 VS사업본부 연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생활 가전과 TV를 제외하고 매출 10조원을 넘기는 '스타 사업본부'가 나오는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VS사업본부는 재고자산이 1조760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가량 늘었다. 평균가동률 역시 99%로 전년 동기 88.2%과 비교해 약 1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이 중 59%에 달하는 약 1조원은 원재료 및 저장품이었다. LG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장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 생산 확대에 대비한 비축 물량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LG전자의 전장 사업 공급망 관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장 사업에서는 안정적인 매출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김이권 LG전자 H&A(생활가전)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원자재 및 물류비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고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활동을 추진해 수익성을 지속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내부 관계자는 "재고 조정은 시장 수요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비상경영체제를 통한 비용 효율화 자체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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