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과의 동침 이유는?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삼성전자 OLED TV 장착 결정
경기 민감도 큰 TV용 OLED 설비투자 부담...IT용 8.5세대 OLED 패널에 집중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6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받는 배경에는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있다. 라인을 증축할 때 조단위 비용이 투입되는 장치산업 특성상 수요보다 공급량이 많으면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국내에 프리미엄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2개 업체뿐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취급하는 QD(퀀텀닷)-OLED는 규격이 다양하지 않다. 또한 생산능력도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이에 다양한 규격의 라인업을 구축한 LG디스플레이의 대형 W(백색)-OLED 패널을 저가에 구매해 OLED TV 사업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9개 규격(27‧45‧48‧55‧65‧77‧83‧88‧97인치)으로 이뤄진 TV용 W-OLED 패널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TV용과 함께 대형 패널로 분류되는 게이밍용 W-OLED 패널 사이즈는 2개 종류(27‧45인치)로 같은 라인에서 제조된다. 연간 W-OLED 생산능력(케파)은 204만장, 1000만대에 달한다. 불량률의 반대 개념인 수율은 90%를 넘어선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는 TV용 대형 QD-OLED 패널 규격은 3개(55‧65‧77인치)에 불과하다. 연간 케파도 LG디스플레이의 5분의 1 수준인 200만대 정도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대형 패널로 분류하는 노트북용 QD-OLED 패널은 단일 규격(34인치)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OLED TV 규격에도 영향을 줬다. 연초 삼성전자는 'QLED 올인' 전략을 선회하고 10년 만에 OLED TV 시장에 재진입했다. 지난 3월 출시된 2023년형 OLED TV(모델명: SC95)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QD-OLED 패널 라인업과 같은 3가지 크기(55‧65‧77인치)로 구성됐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OLED TV 시장 진입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설비투자를 늘리기엔 부담이 크다. 오는 하반기에도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OLED TV 출하량을 전년대비 17.2% 줄어든 558만대로 추정했다.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의 가격 인상 정책으로 LCD 패널과 OLED 패널 가격대가 줄어도 OLED TV 출하량이 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설비 증설을 하려면 4~5조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 TV용 대형 패널의 경우 경기 민감도가 크다. 이 때문에 투입한 투자금 대비 남는 이익이 적을 수 있다. 대형 패널에 주력하는 LG디스플레이와 중소형 패널에 주력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 원가율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원가율을 따졌을 때 LG디스플레이(82.24%→95.70%)는 전년 말 대비 13.46% 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디스플레이(73.34%→70.24%)는 3.10% 포인트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요가 확실한 IT용 8.5세대 OLED 패널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애플이 아이패드, 맥북 등 IT기기 디스플레이를 OLED 패널로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시리즈에 탑재되는 패널과 같은 패널을 갤럭시북 시리즈에 사용하고 있다. IT용 패널의 경우 사실상 생산이 곧 매출로 직결되는 수주형 구조를 갖추고 있어 투자금 대비 남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결 실적으로 잡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이 큰 대형 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는 게 이득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장착한 LG전자의 OLED TV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이 W-OLED 패널보다 윗 단계에 있는 프리미엄 라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면서 주력 제품인 QLED TV 패널을 중화권 업체에 의존하게 됐다는 부담도 한몫했다. 최근 대만, 중국 등지 디스플레이 업체가 가동률을 조정하면서 TV용 LCD 패널 가격은 모든 규격에서 계속 오르고 있다. 이전 대비 품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높은 LCD 패널 구매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느껴지는 만큼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OLED TV 시장 진입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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