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스토리]
LG디스플레이, 빨라진 등급조정 시계추…하반기 반등 주목
아웃룩 조정 두 달여 만에 신용등급 하향 조정…회사채 유통금리도 높아져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4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8세대 공장 전경.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신용등급 아웃룩 조정 이후 두 달여 만에 강등에 처했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이 아웃룩 조정에 나서면 반년에서 1년가량 추이를 지켜본 뒤 신용등급을 조정하던 것에 비해 조정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그만큼 LG디스플레이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간 크레딧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LG디스플레이로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층 어려운 여건에 처하게 됐다.


◆ 5년 만에 4단계 강등…실적 쇼크에 등급전망 조정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A+(안정적)'의 등급을 보유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2월과 3월에 걸쳐 차례로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신용평가사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LG디스플레이의 아웃룩을 낮춘 곳이었다.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등급전망을 조정한 뒤 이르면 6개월, 길게는 1년 6개월까지 모니터링 기간을 두고 등급 조정에 나선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LG디스플레이의 등급 조정에 나선 것을 두고 "예상했던 1분기 실적 대비 실제 LG디스플레이가 발표한 잠정치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반기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등급전망 조정 당시 예상했던 수준보다 빠르게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연결기준 1조984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이기도 했다. 매출액도 4조4111억원으로 전년동기(6조4715억원) 대비 30% 넘게 감소하는 등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외형도 큰 폭으로 축소됐다. 주력사업인 TV부문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최대 판매지역인 유럽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위축됐고, 하이엔드 수요 부진에 따른 IT 매출도 큰 폭 감소한 영향이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AA'라는 우량등급을 자랑했던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AA- ▲2020년 A+ 등으로 해마다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졌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TV·PC 등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듯 했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2조850억원에 달하면서 또다시 고꾸라졌다. 올해도 신용등급이 A로 한 단계 낮아지면서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저점을 확인하지 못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LG디스플레이가 연간 2조원을 웃도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 악화되는 현금창출력…차입 소진 속도도 빨라져


LG디스플레이는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현금창출력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중소형 OLED 중심의 높은 투자소요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잉여현금흐름(FCF) 적자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간 FCF는 3조원 규모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는 실적 저하에 따른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1년 넘게 공모채 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선책으로 사모채·기업어음(CP) 시장을 전전하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모회사인 LG전자로부터 1조원 규모 계열 차입을 단행한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당분간은 추가적인 차입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면서 "LG전자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단행하면서 나름의 자금운용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분기와 3분기 실적이 관건"이라며 "수익성이 반등하지 못하면 기존의 차입 규모만으로는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차입 자금이 얼마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지다. 지난 3월 LG전자로부터 총 1조원 한도를 열어뒀던 LG디스플레이는 우선적으로 6500억원 차입에 나선 바 있다.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지난달 20일 나머지 3500억원을 차입했다.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마저 적자로 돌아서는 등 현금창출력 악화에 직면하면서 차입 자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LG디스플레이가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모색하더라도,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공모조달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 유통시장에서 이달 초까지 4.9% 안팎을 맴돌았던 LG디스플레이 회사채(3년물 기준)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후 5.12%로 20bp(1bp=0.0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이는 신용등급 A의 등급민평금리(4.997%) 보다 높은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EBITDA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집행해 차입부담을 통제하겠다는 재무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면서도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OLED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보니 차입 부담이 당초의 계획보다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황이 개선돼 벌어들인 현금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성이지만, 실제 업황과 실적이 기대만큼 반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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