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특수관계자 동시다발 지분 확대 왜
주지홍 부회장 지배력 공고·소액주주 견제 목적 관측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 (제공=사조그룹)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사조그룹 특수관계자들이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동시다발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시장에선 이러한 행보를 두고 주지홍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일가(家)의 지배력을 공고히 다지고 소액주주들의 봉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2021년부터 주력계열사들에 대한 특수관계자(오너일가와 계열사 포함) 지분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진우 그룹 회장 부인인 윤성애씨와 후계자로 낙점된 아들 주지홍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직접매입과 함께 주요 계열사들의 교차지분 매입 등의 방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사조그룹을 지탱하는 사조산업과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오양 등 계열사에 대한 특수관계자 지분은 불과 2년 만에 대폭 확대됐다. 먼저 그룹의 모태인 사조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2020년 말 56.17%(280만8538주)에서 올해 4월 60.25%까지 4.08% 늘어났다.


또 다른 계열사인 사조씨푸드에 대한 특수관계자 지분 역시 같은 기간 56.3%(969만4842주)에서 63.12%(1086만8271주)로 6.82%, 사조오양은 60.53%(570만3199주)에서 63.52%(598만5143주)로 2.99% 각각 확대됐다. 사조대림도 이 기간 47.43%(434만6783주)에서 51.07%(468만286주)로 특수관계자 지분이 과반을 넘어섰다.


사조그룹 주요 계열사의 특수관계자 지분 변동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공시)

시장에선 사조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높이는 작업을 두고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향후 상속을 위한 자산배분의 목적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주진우 회장에서 그의 장남인 주지홍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주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 부회장은 작년 초 정기인사를 통해 사조산업 부사장에서 그룹 부회장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총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보유한 계열사들의 지분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지분율 39.7%)와 사조랜더텍(100%)를 제외하면 사조산업 지분 6.8%와 사조대림 지분 0.03% 보유에 그치고 있다.


이에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와 사조랜더텍을 적극 활용해 계열사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고 있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시장의 분석이다. 실제 양사는 최근 2년 사이 적극적으로 그룹 계열사 지분을 교차매입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모태인 사조산업의 경우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율이 2020년 말 26.12%(130만6275주)에서 올해 4월 30.68%(153만4143주)로 4.56%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사조랜더텍도 사조산업 지분을 0.7%(3만5000주)에서 3.1%(15만400주)까지 2.4%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주 부회장이 사조산업에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배력은 보유지분을 포함해 종전 33.62%에서 40.58%까지 확대됐다.


사조씨푸드 역시 사조시스템즈와 사조랜더텍, 사조산업이 잇달아 지분매집에 나서며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훌쩍 뛰었다. 최근 2년 동안 사조산업은 사조씨푸드 지분을 56.3%(969만3197주)에서 57.29%(986만3669주), 사조시스템즈는 0.01%(1645주)에서 0.27%(4만5645주)로 각각 늘렸다. 같은 기간 사조씨푸드 지분이 전혀 없던 사조렌더텍도 0.86%(14만8591주)까지 지분을 매입했다.  


이외 주진우 회장의 부인인 윤성애씨도 같은 기간 사조산업과 사조대림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며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최근 2년간 윤 씨의 사조산업 지분은 0.96%(4만8050주)에서 1.23%(6만1408주)로, 사조대림 지분은 0.05%(4833주)에서 0.27%(2만4625주)로 각각 확대됐다.


나아가 사조그룹이 소액주주들의 봉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들로 지분을 쪼개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이는 작년 3월 그룹 계열사인 사조오양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감사위원(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선임된 것이 기폭제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사조오양 소액주주들은 '3%룰'(감사위원 선임 시 지배주주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에 힘입어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사조그룹 오너일가의 이사회 장악력은 축소됐다. 이에 그룹 측은 3%룰 적용에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들이 한 회사의 지분을 나눠가져 의결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조그룹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최근 사조그룹 특수관계자들의 계열사 지분 매입이 지속되고 있는 건 증여나 상속 등 그룹 승계를 대비한 자산배분과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측면이 클 것으로 본다"며 "자사주 매입이 아닌 건 아쉽지만 특수관계인들이 회사 주식을 계속해서 매입하고 있다는 건 주가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조그룹 관계자는 "특수관계인들의 최근 일련의 주식 매입은 주가 부양과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목적이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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