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 '11번가' 애물단지 되나
IPO 연기 전망...현금 부족에 '콜옵션' 실행도 어려워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난항이 예상되며 지난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이하 H&Q)의 자금회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H&Q는 투자를 집행하며 올해 11월부터 콜옵션(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지만, 회사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해 실제 행사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는 투자자들과 IPO를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했고 증권시장 분위기가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이유로 컬리, 오아시스 등은 올해 초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시장은 앞으로도 11번가 기업가치 평가가 보수적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2021년 대비 매출이 40% 가량 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93억원에서 1514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커머스 사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까지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경쟁기업이 함께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11번가는 기업가치로 3조원 이상을 평가받아야 한다. H&Q에 5000억원을 투자를 받을 당시 3.5% 수준의 IRR(내부수익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H&Q는 투자원금을 포함해 총 6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배당 등을 통해 엑시트한 자금은 4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H&Q가 가진 지분가치(18.18%)가 5600억원에 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H&Q는 상장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올해 11월부터 발동이 가능한 콜옵션을 넣어 놨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회사가 자금을 상환할 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0억원에 불과하다.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과 매출채권을 모두 더해도 상환은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11번가 지분매각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11번가의 최대주주(80.26%)인 SK스퀘어는 최근 보유 중이던 SK쉴더스 지분 63.1% 중 29%(약 8646억원)를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SK스퀘어는 다른 자회사들의 지분도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며 재무적투자자(FI)들의 관심을 산 바 있다. H&Q는 11번가 지분에 대해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1번가가 IPO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라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FI의 엑시트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K스퀘어가 다수 자회사들의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만큼 적당한 가격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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