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장사가 로브스터는 아닐텐데···
무자본 M&A 후 껍데기만 남기는 사례 비일비재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4일 07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비일비재한 일로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1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상장사를 이용해 자금을 빼돌리고 다수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적잖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2018년 콜센터 운영대행업체인 한국코퍼레이션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유상증자 대금을 사채로 빌려 낸 뒤 이 사실을 숨기고 바이오사업 진출 관련 허위공시로 28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이 과정에서 사채자금 변제를 위해 회사 자금 50억원을 횡령한 점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2020년 한국코퍼레이션의 코스닥 거래가 정지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보유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한 정황도 있다.


이미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했던 인물로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던 회사의 소액주주들로부터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피소된 경험이 있는 등 사법 리스크(Risk)에서 멀어질 수 없었다. 


그는 기자의 취재에 응할 때도 직접적인 대응은 회피하고 주변 인물을 동원했다. 기업을 쇼핑할 때 남의 돈을 끌어쓰면서 자신이 창조한 리스크는 주변인이 떠안게 했다. 


검찰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 하 사채조달과 변제 방법까지 모의하는 등 단순 주가 조작 사건이 아닌 기업비리의 종합판"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김 회장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성장과 무관한 무자본 M&A(인수합병)로 회사를 껍데기로 만들고 자신의 부만 축적해온 M&A꾼 회장들이 코스닥 시장에 수두룩하다.


자본시장법의 법망을 피해 전환사채(CB) 발행,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해 무자본 M&A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 건전한 자본시장을 기대하는 생각이 미련해보일 정도로 기업사냥꾼들은 치밀한 계획 하에 자금을 돌려막고 회사를 갖는다.


쉽게 소유한 만큼 알맹이만 먹고 쉽게 버린다. 먹을 땐 거창하지만 주가 조작으로 높은 시세를 누리고 이로 인한 이익을 누리게 되면 기업이 망하든 말든 나몰라라다. 맛있게 먹고 처참하게 분해된 채 껍데기만 남겨져 버려진 로브스터(바닷가재) 같다.


기업사냥꾼의 반복되는 상장사 '쇼핑'을 멈추게 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검찰의 감시 역할이 더 강조되는 시점이다. 개인의 탐욕이 불러온 상장사의 상장폐지, 기업 내 오너리스크,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은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예금자와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기본 역할에 충실해주길 당부한다. 검찰도 이번 기회에 무자본 M&A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길 바란다.


M&A는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특정 소수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편법 수단이 돼선 안 된다. 

(사진=딜사이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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