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사업가형 지점장제' 갈등…中대주주도 개입
노조, 저우궈단 대표 퇴진 요구…다자보험 부회장 "노조요구 수용 못해"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17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동양생명이 지점 통폐합 및 사업가형 지점장제 도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동양생명 노조는 사측이 충분한 소통없이 영업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에 반발하며 대표이사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은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대표이사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 노조는 사측이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점 통폐합 및 사업가형 지점장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발하며 저우궈단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대표이사 퇴진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동양생명 노조 관계자는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업가형 지점장제란 정규직인 지점장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한 뒤 정해진 연봉이 아닌 지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성과자에게 높은 보상이 주어지는 만큼 영업 경쟁력 강화에 효과적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규직 고용자가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만큼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에서 영업력은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다. 영업조직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전체 실적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보험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머물고 있는데 따라 영업력 강화를 위해 사업가형 지점장제 혹은 이와 유사한 방식의 영업망 개편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사업가형 지점장제 도입을 마무리한 다른 생명보험사의 경우 전환 대상자들과 수차례의 면담을 진행한 끝에 전환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사업가형 지점장제 도입은 당사자들과 심도있는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며 "우선 당사자의 전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계약직 지점장으로 전환했을 때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만한 인물을 대상으로 전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이사.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이사는 올해 경영 과제로 영업조직 정비, 자산규모 확대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올 한 해를 '영업의 해'로 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상품을 운영해 생명보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며 "장기납 위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직영채널의 성장을 추진해 영업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동양생명은 지점 통폐합 및 사업가형 지점장제 도입 등을 통해 영업 조직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은 69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40여 곳 수준으로 줄이고 정규직 영업지점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 영업 직원들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동양생명 노조는 이사회에도 대표이사 퇴진요구 의사를 전달했는데 이사회 및 대주주 측은 저우궈단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5년 중국 안방보험(다자보험)이 인수했다. 대주주가 중국 보험회사가 되면서 저우궈단 대표 등을 포함해 7명의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사외이사 2인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중국인으로 구성됐다. 뤄셩 동양생명 이사회 의장(다자보험그룹 부회장)은 "저우궈단 대표의 경영 방향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의 대표이사 퇴진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저축성 보험상품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저조한 수익성 탓에 동양생명 역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우궈단 대표가 보장성상품 확대 및 영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변화하는 보험업계 상황 속에서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면서 사업가형 지점장제(BM) 도입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아직은 검토 중인 방안 중 하나일 뿐이며 충분한 소통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및 노조와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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