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뉴욕워치
쾌조의 출발한 실적 시즌, 낙관론은 '아직'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여전히 커…3월 소매판매도 둔화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7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적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실적 시즌은 시장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기대의 시선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실적 시즌의 시작을 알린 대형은행들은 은행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호실적을 냈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상황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런 시장의 기대와는 사뭇 궤를 달리해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강하고 이에 따라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것이며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우선 대형은행들의 실적부터 볼게요.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팽배하지만, 대형은행들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은행 위기가 대형은행들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건데요. 불안이 고조되자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잇따라 일어나며 지역은행에서 유출된 자금이 대형은행으로 흘러 들어간 겁니다. 은행의 사업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예금이 늘어나며 곳간이 풍부해진 거죠. 또한 지난 1년간의 급격한 금리인상도 예대마진을 키우며 대형은행들의 수익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시작이 좋으니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기실 당연한데요.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이 그야말로 최악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시장은 전날 기록한 큰 폭의 상승에 피로감을 느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긴 시계열로 보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 위기,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 암울한 실적 전망 등 다양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펼쳐진 상승 랠리에 대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황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경제체제 지수(Economic Regime Index)는 이러한 판단을 더욱 부추기는데요. 경기 수준을 분석하는 이 지표를 보면, 지난해 6월에 시작된 경기 둔화는 12월에 바닥을 친 것으로 나타납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길리안 울프 애널리스트는 "이 수치는 우리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경기침체를 지났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거시적 환경은 2022년 말에 최악의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앞으로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물론 회의론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이미 최악의 실적 시즌이 예고됐음에도 수익 추정치가 여전히 너무 높다는 목소리도 있죠. 대형은행들의 호실적이야 사실 당연하고, 이후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 다시 약세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감마자산관리의 라지브 드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식 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상정한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면서 "경제 사이클의 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어요.


경제학자들도 다소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경제학자들은 둔화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한 상태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시장이 조금씩 식고 있고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죠.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향후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61%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는 소식이 하나 있죠. 이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입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0% 감소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였던 0.4% 감소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죠. 변동성이 큰 항목들을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는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져요.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소비가 견조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소비가 지속적으로 둔화세를 보인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지점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향후 이어질 실적 시즌입니다. 쾌조의 출발을 보이기는 했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릅니다. 현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이번 주 예정된 소비재 기업들의 실적이 소비의 현주소와 미국 경제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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