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은 화수분이 아니다
손실흡수능력 강화에 '상생금융' 요구까지···'연체율 청구서' 대비 집중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0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은행권 때리기'가 한창이다. 은행들이 금리인상기 국민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또한 대출금리 완화와 관련한 각종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리인상기 은행들이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거두며 눈총을 받고 있지만, 사실 금리인상기 은행들이 거두는 높은 이자수익은 금리인하기 충당금 확대 등 손실흡수 비용으로 비축해 둬야 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당국은 은행이 예대마진으로만 높은 순익을 거두고 있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보수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조하면서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은행 때리기에 나서며 '상생금융'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은행들이 몇 천억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이 화수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대출 성장세 둔화 등으로 1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둔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 내 '실적 버팀목' 역할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비은행 자회사들의 실적 타격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자금 경색을 풀기 위해 채권시장의 소방수로 투입됐다. 금융지주 내에서도 금리인상기 실적이 하락하는 비은행 자회사들을 지원하는 등 '최후의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은행들의 앞에 '연체율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오는 9월 말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3년 이상 수면 아래에 있던 잠재 부실채권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들도 부실 방파제를 넉넉히 쌓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나 크레딧스위스(CS) 은행 사태로 은행이 튼튼해야만 고객들도 안심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은행이 버티지 못하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넉넉할까.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정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은행의 어려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게 되면 이것이 곧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때리기'를 통한 상생금융이 금융권 전반을 위해 이로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사진=각 금융지주)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