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뺏긴 바디프랜드]
뒷걸음친 경쟁력, 임원들만 '돈잔치'
② 임직원 평균 임금 격차 8.5배…최대 수혜자 강웅철 부의장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5일 08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바디프랜드가 세라젬에 '안마의자 1위' 타이틀을 넘겨준 가운데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먼 임원들의 돈잔치가 도마에 올랐다. 경영실적과 별개로 매년 고액 연봉을 타간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특히 강웅철 이사회 부의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 9억원을 받아간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임원 15명에게 총 51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전년 대비 72.8% 늘어난 규모다. 박상현 전 공동대표와 정진환 전 감사의 퇴직급여가 포함되며 증가 폭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표와 정 전 감사는 퇴직급여로 약 22억원을 받았다. 이를 제외한 임원 보수총액은 30억원 안팎으로 2021년 지급액(29억5600만원)과 비슷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일 만큼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한 셈이다.



심지어 '키맨'으로 분류되는 임원들의 급여는 되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강웅철 부의장은 9억5640만원에서 9억6000만원으로, 정진환 전 감사는 4억4640만원에서 7억8333만원으로 보수가 늘었다. 편차는 있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급여조정은 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박상현 전 대표는 6억9520만원에서 5억4758만원으로 급여 총액이 줄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0월 중도퇴사를 결정한 데 따른 결과다. 정상적으로 재직했다고 가정하면 2021년과 엇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난 보수를 수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원들이 수억원대 급여를 받는 동안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직원 1485명에게 총 5931억원을 지급했다. 전년 대비 4.3%가량 확대된 규모다. 다만 같은 기간 직원수가 272명(22.4%)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 폭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다.


지난해 바디프랜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3994만원)은 4000만원을 밑돌았다. 실제 바디프랜드가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 게재한 채용공고에 따르면 부산 직영전시장 매니저 연봉은 3030만원 안팎이다. 직무나 근무형태, 인센티브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중견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매출 5000억~1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3993만원이다. 초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3529만원, 고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3225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초봉을 놓고 비교했을 때도 동종 업계 직원 급여 수준에 못 미치는 셈이다.


회사 임직원 간 평균 급여 차이는 8.5배까지 벌어졌다. 임원들이 1인당 평균 3억4051만원을 받을 때, 직원들은 평균 3994만원을 받았다. 게다가 이 기간 직원 평균 급여는 전년 대비 14.8% 급감했다.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피해가 직원들에게만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최대 수혜자로 거론되는 강웅철 부의장은 최근 3년간 ▲7억1640만원(2020년) ▲10억640만원(2021년) ▲9억6000만원(2022년)의 보수총액을 받았다. 외형 성장에 제동이 걸린 작년엔 상여를 타가진 않았지만, 급여를 소폭 인상하며 연평균 약 9억원의 몫을 챙겼다.


강 부의장은 바디프랜드의 '실질적 오너'로 통한다. 과거 현주컴퓨터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부도·파산을 신청했던 이력이 있는 터라 대표이사로는 나서지 않고 있단 일각의 평가가 있지만,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는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말 기준 보유 지분율은 38.77%에 달한다.


업계에선 그의 입김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로 바디프랜드의 'LBF570'과 'LBF520' 모델을 꼽는다. 두 제품은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협업해 내놓은 하이엔드(고급) 안마의자다. 직원들 사이에선 슈퍼카 매니아인 강 부의장의 취향이 십분 반영된 개발 사례로 유명하다. 바디프랜드는 해당 제품 연구개발·디자인·생산에만 총 3000만달러(32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인 세라젬이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안마의자를 포지셔닝하며 소형 제품들을 내놓을 때 바디프랜드는 반대로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를 연상케 하는 대형 제품들을 내놨다"며 "시장 수요와 트렌드를 반영한 연구개발 전략보다는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강 부의장의 취향에 따라 사업 방향성이 결정되는 느낌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강 부의장은 급여뿐만 아니라 배당으로도 적지 않은 현금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디프랜드는 최근 3년간 주당 125원(2020년), 832원(2021년), 421원(2022년)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엔 현금배당성향이 80%를 웃돌 정도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폈다. 2대 주주인 강 부의장도 짭짤한 배당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12월 말 기준 강 부의장이 보유한 바디프랜드 보통주는 3085만9552주.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금이 421원임을 감안하면 강 부의장이 배당금으로 챙긴 현금은 약 13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회사 영업이익은 68.4% 급감했지만 배당성향이 높게 유지된 덕을 봤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며 "주주 이익환원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금배당성향을 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해 최대주주 손바뀜 과정에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허명지 한앤브라더스 대표(기타비상무이사)와 핵심 측근으로 언급되는 한주희 회장, 양금란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챙긴 보수 등을 포함하면 바디프랜드 임원들이 벌인 돈잔치의 규모는 공시로 밝혀진 것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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