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님 덕에 나발 부는 현대카드
애플페이 등장에 쏟아지는 관심...'최초' 영예 넘어 본업서 혁신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08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요즘 국내 카드업계의 화제는 단연 애플페이다. 지난 21일 현대카드와 애플이 글로벌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론칭하면서 국내 언론의 다수 지면을 장식했다. 애플이 2014년 애플페이를 처음 선보인지 9년 만이다.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인프라 문제로 도입되지 못했다.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서는 NFC 단말기가 필요한데,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나 집적회로 스마트카드(IC) 방식이 대부분이다. 반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으로 알려진다. NFC 단말기의 설치비가 대당 10만~15만원으로 알려진 터라 선뜻 상용화에 나서기 어려웠다.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팔을 걷은 건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1년 여간 금융당국을 설득함과 동시에 가맹점 섭외와 단말기 설치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완성했다. 한 때 현대카드의 NFC 단말기 보급 지원 계획을 두고 '부당 보조금' 논란이 있었지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해당 논란도 일단락됐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을 두고 '현대카드가 현대카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현대카드가 보였던 행보를 돌이켜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대카드의 비즈니스 철학은 언제나 '최초'였다. 지금은 보편화 된 프리미엄카드, 세로카드, 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 국내 최초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로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키고 '현대카드 콘서트' 등 문화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곳도 현대카드였다.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당장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초'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정태영 부회장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첫 시도'에 상당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초'의 영예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것이 온전히 나로부터 비롯된 창조물이 아닐 때는 더욱 그렇다. 과거 국내에 아이폰을 처음 들여온 KT의 사례를 보자. KT는 2009년 11월 29일 아이폰 3GS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당시에도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예약 가입자만 6만5000명이 넘었고, 출시 100일만에 40만대가 넘게 팔렸다. 일부 언론은 '애플 쇼크'로 표현할 정도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KT는 아이폰 출시를 통해 국내 모바일 인터넷 사용 대중화에 앞장서며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 같은 칭찬은 'KT의 혁신은 결국 아이폰 도입 뿐'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돼 돌아왔다. 이 회사의 다양한 노력을 폄하한 말이지만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의 모바일 생태계를 바꾼 것은 애플이지 KT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면 그것은 애플의 힘이지, 현대카드의 힘은 아니다. 필요하면 외부 힘을 빌릴 수 있지만 그게 전부여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이의 권위 덕분에 자신도 덩달아 위세를 떨칠 때 하는 말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쏟아지는 관심과 찬사가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애플페이의 인기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고객 혜택 확대, 민원 개선 등 카드업의 본분에 충실하고 본업에서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애플페이 도입 초기에 축하의 말 보다 괜한 쓴 소리만 늘어놓았다. 우리나라 카드 혁신의 대표주자인 현대카드가 앞으로도 업계를 리드하고 비전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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