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포럼]
소유분산기업
"소유분산기업 이사회에 더욱 힘 실려야"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소유분산기업 CEO 승계 시스템대로 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0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딜사이트 주최로 열린 '기업 지배구조 포럼-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주주행동주의의 명암'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딜사이트)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포스코나 KT처럼 특정 대주주나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기업 이사회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CEO 선임 등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이사회 기반의 승계 시스템을 갖추고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딜사이트 주최로 열린 '기업 지배구조 포럼-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주주행동주의의 명암'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CEO가 좋은 실적을 내면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하다가 실적이 안 좋아지면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CEO를 바꾸면서 가는 게 미국 소유분산기업의 방식"이라며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의미 혼용, 이사회에 힘 실어야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소유분산기업이 상장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것이 오히려 흔치 않은 경우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유럽, 남미 등에서도 소유분산기업의 비중은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소유분산기업의 예시로 제너럴일렉트릭(이하 GE)을 꼽았다. GE는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과 블랙록 등이 최대주주 위치를 차지했던 기업이다. 기업 구조를 살펴보면 상장사인 GE 아래 비상장 계열사들이 모여 있다.


반면 한국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와 KT 등은 자회사 중에서도 상장한 기업들이 많다. 최대주주는 대체로 모기업이지만 자회사별로 주주 구조가 상이한 사례도 있다. 김 교수는 이를 미국과 한국의 소유분산기업 차이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식 소유분산기업 구조는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편취 등이 문제되지 않고 브랜드 사용료도 받지 않고 그냥 배당으로 받는다"며 "그런데 한국은 소유분산기업이 자회사 주식을 100% 가진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료라는 방식을 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배구조의 의미 역시 한국에서는 '거버넌스'와 '컨트롤'이 혼용되며 후자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장 선임 등 기업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컨트롤의 영역이라면 주주나 채권자, 투자자가 투자금을 적절하게 회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거버넌스로 볼 수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안 좋다는 이야기는 순환출자 등이 있어서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가 안 되어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안 좋은 지배구조의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 차이를 설명하면서 소유분산기업 이사회에 힘이 더욱 실려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사회에도 한계가 많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며 "이사회를 키우고 믿고 투명한 인사들이 뽑히도록 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국내 상장사 상당수에 보수위원회가 없어서 이사들이 보수 현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사회가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좋지 못한 행태를 보일 때 해임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왔다고 바라봤다. 


그는 "GE 이사회는 경영진의 승계 플레이를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두고 경영진 관리와 사업 시전, 보수 등을 다룬다"며 "우리나라도 제도는 잘 갖춰졌지만 CEO가 사임할 때쯤엔 이사들도 사임한다"고 꼬집었다. 


◆ 소유분산기업 CEO 승계 불안, 복수상장 문제도 해결해야


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의 불안한 인사구조 역시 비판했다. 예를 들어 포스코 역대 회장들은 대통령 임기 중간에 연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연임한 뒤의 임기는 전원 채우지 못했다. KT 역시 황창규 전 회장을 제외한 역대 회장들은 연임 기간 도중에 물러났다.


김 교수는 "CEO 승계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그대로 해야 한다"며 "우리도 액면으로는 시스템을 갖춰놨지만 작동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승계 시스템의 예시로는 후계자를 사실상 지명하는 방식과 복수 후보군 등을 들었다.


그는 "릴레이 방식은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에 다소 안 맞을 수 있다"며 "복수 후보군은 삼성전자 사장단이나 포스코 등에서 쓰이고 있는 만큼 릴레이보다는 가능성이 그나마 좀 있다"고 바라봤다. 


소유분산기업 CEO가 연임을 너무 오래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미국도 CEO가 평균 7~8년을 재임한다"며 "그 정도 임기는 되어야 장기 투자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을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부르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주주들이 기업의 주인"이라며 "소유분산기업이 주인 없는 기업이라면 미국 기업 대부분이 주인 없는 기업이 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의 주주 이익과 연관된 중장기적 과제로 복수상장 문제를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오너 기업이긴 하지만 메리츠금융지주가 상장 자회사인 메리츠증권을 상장폐지하고 그룹의 단일 상장사로 남기로 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어냈다"며 "소유분산기업의 CEO 승계 문제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복수상장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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