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KT&G, 말 많던 행동주의 펀드 잠재웠다
의결권 확인에 1시간 30분 지연되는 등 초반 기싸움...분기배당 빼곤 KT&G 압승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7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복인 KT&G 사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제공=KT&G)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KT&G 주주총회가 다소 싱겁게 끝났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제안한 분기배당 안건을 제외하곤 KT&G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가결된 까닭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KT&G와 행동주의 펀드가 맞붙었던 주주총회는 어떤 분위기였을까. 28일 주주총회장인 KT&G 인재개발원을 찾았다.


인재개발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끈 것은 KT&G 및 KGC인삼공사 울분을 토하던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주총장 근처에 자리잡은 이들은 안다자산운용, FCP 등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사냥꾼'이라며 이들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아울러 이러한 분위기를 촬영하기 위해 몰려든 미디어와 유튜버 등으로 인해 돗대기 시장을 연상케 했다.


이와 달리 주총장 입구는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 주주들의 신원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주주들을 입장 시켰음에도 이날 주총은 예정된 시간(오전 10시)을 넘어선 11시 30분께 시작됐다. 1시간 이상 시간이 지연된 것은 행동주의 펀드 측에서 정확한 의결권 수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KT&G와 행동주의 펀드는 의결권을 집계하기 위해 상호간의 위임장을 검증하는 시간을 거쳤고, 이 때문에 총회 시작이 당초 예상보다도 늦어졌다.


양측의 검토 결과 이날 주총에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수(전자투표 위임장 제출 포함)는 9438만994주(주주수 3477명)로 전체 의결권 주식수 1억1627만9923주(주주수 17만5680명)의 81.2% 해당, 보통 및 특별 결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차분한 분위기의 백복인 KT&G 사장이 주주총회 시작을 알렸고, 감표위원 선발 후 각 의안에 대해 투표에 들어갔다. 


주총 안건에 대해 검표 모습(제공=KT&G)

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이익잉여금 처분 계획서 제외)의 경우 무난히 통과됐다. 의결권 주식 수 대비 99%를 상회하는 찬성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2호 안건부터 KT&G와 행동주의 펀드의 본격적인 표 대결이 시작됐다. 현금배당을 두고 ▲KT&G의 1주당 5000원 ▲안다자산운용 7867원 ▲FCP 1만원의 의안이 상정됐기 때문이다. 안다자산운영과 FCP는 발표를 통해 KT&G가 15년간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했기 때문에 KT&G의 제안보다 배당을 늘려야 되며, 배당을 확대해도 회사의 재정 상태와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금배당에 대한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환호성과 함께 적잖은 탄식도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KT&G가 해당 안건에서 압도적인 52.3%(6085만6535주)의 찬성표를 득해 결의 요건을 충족하긴 했지만 FCP가 제안한 1만원 배당안에 대해서도 24.4%(2834만5701주)가 쏠린 까닭이었다. 아울러 안다자산운용은 해당 안건에서 1.1%(132만142주)의 찬성표를 얻는데 그쳐 주주들의 민심을 사는데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호 안건은 FCP 측의 제안인 ▲3-1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 ▲3-2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 ▲3-3분기배당 신설 ▲3-4 부칙에 대해 각각 찬반 투표를 거쳤다. 이 가운데 분기배당 신설이 66.7%(7754만7489주), 부칙은 75.2%(8742만2742주)의 찬성표를 얻었다. 분기배당과 부칙은 KT&G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찬성표를 던졌다. 따라서 KT&G는 곧 분기배당 신설을 위해 정관 변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까지 KT&G와 행동주의 펀드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했던 사외이사 증원(6호 의안)은 KT&G가 52.3%(6080만1169주)의 찬성을 얻어 현원 유지(6-1호)로 가결됐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 역시 현 김명철 KT&G 사외이사, 고윤성 KT&G 사외이사가 최다 득표를 얻었다. 다만 현금배당 1만원에 대해 24%의 표심이 몰렸던 점이나, 분기배당이 신설된 점은 KT&G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고심해 봐야 할 사안으로 판단됐다.


한편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주주총회에선 큰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다만 양측의 대립이 끝나기도 전 발길을 돌린 주주들이 종종 보였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이상현 FCP 대표는 줄곧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다, 마지막에 등장해 "주총 결과에 불만스러운 주주들에게 개인적으로 인사드리기 위해 총회장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밝혀 또다른 분쟁을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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