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1조원 차입 이자율 6.06% 적정한가
당좌대출이자율(4.6%) 대신 가중평균차입이자율 선택…LG전자 부담 낮춰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5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 본사인 여의도 트윈타워.(제공=LG그룹)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LG디스플레이가 모회사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한 것과 관련, 시장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압력까지 커져 LG디스플레이는 공모시장은 물론 사모시장에서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차입하는 1조원에 대한 이자율은 6.06%로 책정됐는데 산출 배경이 관심을 끈다.


◆ LG전자 "시장금리 평균 수준 책정"…가중평균차입이자율 선택한 듯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전날 LG전자로부터 총 1조원 한도의 자금을 차입하기로 공시했다. 우선 6500억원을 오는 30일 차입한 뒤, 나머지 3500억원은 대표이사 결정에 따라 추가적으로 차입할 수 있는 조건이다. 만기는 3년으로, 2년 거치 후 마지막 1년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자율은 연 6.06%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자율 산정 근거를 "시장금리 평균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입장에서 이자율이 너무 낮게 책정되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 우려가 생길 수 있고, 너무 높게 책정되면 자회사를 상대로 고금리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어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현행 세법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경우 이자율은 당좌대출이자율(현재 연 4.60%)이나 가중평균차입이자율 중 법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당좌대출이자율인 연 4.60%로 20조원을 차입한 바 있다. LG전자 측에서 설명한 '시장금리 수준'의 이자율은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은 자금을 대여한 법인의 차입금 잔액에 차입 당시의 각각의 이자율을 곱한 금액의 합계액을 해당 차입금 잔액의 총액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시행규칙을 통해 계산방법이 정해져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의 차입금리로 산출된 '6.06%'의 이자율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왜 가중평균차입이자율 택했나…민평금리 고려하면 당촤대출이자율 가까워


다만 당촤대출이자율이 아닌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택한 이유는 짚어볼 문제다. LG전자 측이 밝힌 '시장금리 수준'이 당좌대출이자율과 가중평균차입이자율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LG디스플레이의 회사채 신용등급인 A+(부정적)의 등급민평금리는 3년 만기 기준 4.6~4.7%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탓에 등급 강등까지 고려해도 A0 등급의 민평금리는 5% 안팎이다. 이번 차입금리로 책정된 이자율인 6.06%는 A- 등급(5.3~5.4%)과 BBB+ 등급(8%) 사이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등급민평금리를 적용하면 오히려 당좌대출이자율이 시장금리에 근접한 셈이다.


유통시장에서 형성된 LG디스플레이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전날 기준 4.907%를 나타냈다. A0 등급민평금리가 5%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금리는 이미 등급 강등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개별민평금리와 비교해도 이번 차입에 대한 6.06%라는 이자율은 110bp(1bp=0.01%포인트)가량 높다.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했다면 시장금리와의 차이는 30bp 수준으로 줄어든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자금조달 금리와 비교하면 이번 차입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이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사모채 발행으로 총 337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 가운데 3년물(450억원)의 발행금리는 7.25%였다. 이번 차입과 같이 조달규모가 1조원 수준으로 커지면 통상 이자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자금을 대여해주는 LG전자 측에서는 유통시장에서 형성된 금리가 아닌, LG디스플레이가 실제 사모시장에서 빌린 금리에 무게를 실어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희생적인 지원보다 합리적인 거래…양사 납득할 만한 적정 금리"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차입금리가 LG전자·LG디스플레이 양사 모두 납득할만한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상장회사다 보니 양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 산정 방식이 중요했을 것"이라며 "과도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절한 금리를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 개별 계열사 간의 차입금리는 논리를 구성하기 나름"이라며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하더라도 LG디스플레이의 개별민평금리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문제가 되진 않았을 텐데, 이를 고려하면 LG전자도 최대주주로서 지원치고는 손해를 입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거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본부장은 "LG디스플레이가 연 7.25%로 올해 1월 사모채를 발행할 당시는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등급 위주로 공모시장이 진행되는 등 시장이 온전히 풀렸던 시기는 아니었다"면서 "현재 시점에서 LG디스플레이가 공모채를 발행한다면 대략 5.2~5.3% 수준의 금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는 크레딧 리스크로 인해 공모시장에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개별 민평금리 대비 높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했다는 점에서 윈-윈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6조3224억원이었다. 그러나 별도기준으로 보면 1조9416억원 수준에 그친다.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의 절반 이상을 이번 자금대여에 사용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2조85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15조원으로 전년(12조7481억원) 대비 18%가량 웃돌면서 부채비율은 158.5%에서 215.3%, 차입금의존도는 33.4%에서 42.2%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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