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최대 3000억원 공모채 도전장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미매각…반년 만에 다시 '출사표'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7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온시스템의 공조 시스템 이미지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자동차 공조부품 전문업체 한온시스템이 반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회사채 시장에 나섰던 한온시스템은 당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미매각이 발생, 증액 발행에 실패한 바 있다. 차환을 위해 이번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투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어 이번 주 발행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발행일정과 만기구조 등을 유동적으로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내달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한온시스템의 현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총 1500억원 발행에 나선 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를 열어둔다는 계획이다. 트렌치(trenche)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년 만기 내에서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정할 예정이다. 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한온시스템이 발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달 회사채 시장이 사업보고서 제출, 정기 주주총회 등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시그니처은행이 연쇄적으로 파산한 데 이어 스위스의 세계적인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부터 한솔제지를 시작으로 E1, 신세계건설, 한일시멘트, OCI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해 회사채 발행이 재개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회사채 시장도 강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가늠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한온시스템은 최대 3000억원 내에서 5년 만기 이내로 발행하겠다는 큰 틀 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예측 추이를 지켜본 뒤 발행계획을 세부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온시스템이 회사채 발행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미매각 사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우량등급에 속하지만, 지난해 10월 발행 당시 처음으로 미매각에 처했다. 총 30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매수주문은 500억원에 그쳤던 것.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투심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한온시스템을 필두로 LG유플러스, 한화솔루션 등이 연이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면서 한온시스템의 3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은 이뤄졌지만, 증액 발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 매년 9~10월 한 차례 공모조달에 나섰던 한온시스템이 반년 만에 재차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금조달의 규모가 줄어든 사이 현금창출력도 약화돼 자금소요가 높아진 것이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66억원으로 27%가량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67억원에 그쳐 전년(3107억원) 대비 90% 넘게 급감했다. 특히 배당지급 규모도 연평균 2000억원 수준을 이어가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마이너스(-)4575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19년 E&FP 사업부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차입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이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단기간 내 자체 영업실적 개선을 통해 유의미한 수준의 차입금 감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등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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