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올해 8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말 그룹 내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한 이후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이어, 내달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배당이 본격 집행되면 자기자본 확충이 완료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등 선제적으로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 내달 자회사 배당…곧 자기자본 8조원 넘어설 듯
24일 한국투자증권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6조55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6조2654억원) 대비 약 2874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이 그룹 내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입한 이후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진 데 따른 변화다.
추가로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부터 1조67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을 예정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배당을 최근 의결한 바 있다. 모회사 유상증자에 이어 자회사의 배당까지 완료되면, 지난해 말 기준 6조5528억원 수준인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연내 8조원을 웃돌게 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그룹 계열회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총 27.18%를 3조4123억원에 매입했다. 대주주 자격 제한이 풀린 한국투자증권이 실질적 사업협력 주체로서 그룹 내 카카오뱅크 지분을 사들인다는 취지였다. 지분매입 금액(3조4123억원) 가운데 유상증자(3000억원), 배당(1조6700억원) 등 2조원 가량은 다시 한국투자증권으로 유입되는 조건이었다.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지난해 말 완료됐지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배당은 아직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변동에는 모회사의 유상증자 규모만 반영됐다"며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주주총회에서 배당안이 의결돼 내달 집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9조956억원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연내 8조원까지 늘어나면 미래에셋증권과의 격차는 1조원 안팎으로 좁혀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미래에셋증권과 본격적으로 증권사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로 가는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 자본여력 토대 투자확대…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 등 부동산PF 지원사격
자기자본 확대를 앞둔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적극적인 투자 기조로 돌아섰다. 주로 부동산PF 리스크로 인해 유동성이 마른 건설사들이 대상이다. 올해초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 등 롯데그룹과 조(兆) 단위 공동 펀드를 조성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태영건설에 2000억원을 투자해 총 2800억원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했고, 현재 코오롱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에 2680억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확충으로 신규 투자를 추진할 여력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PF 시장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태영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부실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딜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자기자본이 직접적으로 투자에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용공여 여력과 여러 자본적정성 지표가 자기자본 규모와 연관돼 있어, 자기자본 확충은 투자여력 확대로 이어지곤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현금·예치금 규모는 별도 기준 7조8700억원으로 자금 여력은 넉넉한 상황이다. 연내 자기자본 확대를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발행어음 한도도 확대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사업인가를 받아 발행·판매하는 단기금융상품으로, 별도기준 자기자본의 200% 한도까지 발행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한도는 13조원 안팎이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연내 8조원으로 확대되면 발행어음 한도도 16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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