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롯데쇼핑의 패션 자회사 롯데GFR이 5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하고 있다. 시장은 이 회사가 작년 인수한 카파와 까웨 등만 봐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안목이 떨어짐을 알 수 있고, 이 부분이 손실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 중이다.
롯데GFR은 지난해 매출 1150억원으로 전년(879억원) 대비 30.8% 늘어난 금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1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같은 기간 적자는 71억원 가량 확대됐다.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리론칭한 프랑스 캐주얼 의류 브랜드 까웨·이탈리아 스포츠 의류 브랜드 카파가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기존 인기 브랜드인 겐조도 판매 부진에 시달린 영향이 컸다.
문제는 롯데GFR의 적자 기조가 벌써 5년째란 점이다. 실제 롯데쇼핑 자회사NCF와 롯데백화점 패션사업부문 통합으로 설립된 첫해(2018년)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9년 102억원 ▲2020년 62억원 ▲2021년 123억원 ▲2022년 194억원 등 최근 5년간 585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법인 출범 직후만 해도 롯데GFR은 겐조, 소니아리키엘, 제라드다렐, 훌라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유 브랜드들이 시장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자 이듬해인 2019년 소니아리키엘, 겐조, 나이스크랍 등 3개 브랜드를 제외하곤 모두 정리했다. 이어 2021년엔 'A(에슬레저)·B(뷰티)·C(컨템포러리 패션) 포트폴리오' 전략을 발표했고, 그 일 환으로 카파와 까웨의 사업권을 확보해 에슬레저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2026년까지 두 브랜드에서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세운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카파와 까웨는 시장서 기대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또한 비교적 매출이 높았던 겐조 역시 유행이 지난 탓에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롯데GFR은 작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나이스클랍을 제외한 겐조, 카파, 까웨, 샬롯틸버리에 대해 총 177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구체적으로 ▲겐조 22억 ▲카파 117억원 ▲까웨 24억원 ▲샬롯 틸버리 14억원이다.
롯데GFR의 수익성 문제는 모회사인 롯데쇼핑에게 악영향을 끼친단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롯데GFR 보유주식자산에 대해 712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이 개별기준 3712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는 롯데GFR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손상차손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친 셈이다.
시장에선 이에 롯데GFR이 경쟁력 있는 브랜드 확보로 젊은층을 공략해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셀린느, 아크네 등 패션 브랜드는 물론 일찍이 뷰티, 니치향수로 발을 뻗으며 MZ세대의 수요를 흡수했고, 한섬도 토템이나 아워레가시 등을 론칭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며 "롯데GFR은 전개하는 브랜드 수도 적은 데다 경쟁력도 약한 상태라 입지가 애매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출을 이끌만한 탄탄한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롯데GFR 계속해서 '아픈 손가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GFR 관계자는 "올해 주요 브랜드별 특성에 맞춰 운영 방안을 개편하고 수익성 개선을 추진해 내실을 다질 것"이라며 "작년 국내 시장에 리론칭한 캐나다구스의 고객 인지도 및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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