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 수장뽑기
윤경림, 디지코 승부사냐 이권 카르텔의 중심이냐
② 각종 비리 의혹으로 윤경림 흔들기 본격화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5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제공=KT)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오른 윤경림 사장은 구현모 대표 뒤를 이어 디지코 전략을 충실히 이행할 적임자로 꼽힌다. 1년 넘게 구 대표와 손발을 맞추며 KT 신사업 성장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워왔다. 하지만 현 정부가 소유분산기업의 기득권을 뿌리 뽑기 위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구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윤 사장이 무사히 CEO 자리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구현모 아바타 등 윤 사장 흠집내기가 본격화되면서 또 다른 CEO 리스크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연임을 중도 포기한 구 대표를 제외하고 총 32명의 사내·외 후보자를 검증한 끝에 윤 사장을 최후 1인으로 선택했다. KT를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키우겠다는 윤 사장의 미래 비전이 이사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생인 윤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과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KT 등 통신 3사는 물론 CJ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을 거치며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윤 사장은 2006년 KT에 처음 입사해 신사업추진본부장, 미디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CJ그룹에서 기획담당 부사장, 현대차에서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 부장(부사장) 등을 거친 뒤 2021년 9월 구현모 대표의 요청으로 KT에 돌아왔다. 


윤 사장은 그동안 통신뿐 아니라 미디어,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신기술을 회사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신사업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KT가 CJ ENM, 현대차 등과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끄는 데 윤 사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CJ ENM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시즌'을 합병하는 등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반에 걸쳐 동맹관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을 위해 현대차와 지분을 맞교환했다. KT 내부에선 윤 사장이 구 대표 퇴임 후 KT의 디지코 성장 고삐를 차질없이 쥐어나갈 적임자로 평가된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에 대해 "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ESG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며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사장은 구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면서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여당 등 정치권에서 윤 사장을 '이권 카르텔', '구현모 아바타' 등으로 치부하며 십자포화를 쏟아붇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경림 사장에 대해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면서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윤 사장 흠집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윤 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차기 CEO 선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윤 사장은 2021년 7월 현대차가 벤처기업인 에어플러그 인수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에어플러그는 구현모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다. 당시 현대차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윤 사장이 에어플러그 인수에 모종의 역할을 수행했고, KT에 재입사하는 '보은성 인사' 혜택을 받았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이와 관련해 윤 사장과 구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T는 두 사람을 겨냥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KT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윤 사장은 통신 3사와 CJ, 현대차 등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은 물론 모빌리티, 미디어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사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판단돼 2021년 9월에 KT에 합류한 것"이라며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윤 사장은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KT나 구 대표가 에어플러그 인수를 위해 현대차에 지급보증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 '구 대표가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사외이사 장악을 위해 각종 향응과 접대를 제공한다'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한 상태다.


검찰도 윤 사장과 구 대표에 대한 배임 등 혐의 고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CEO 리스크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한) 이사회의 선택은 누가 봐도 구현모 체제의 연장"이라면서 "장장 3개월에 걸쳐 KT가 온갖 수모를 겪은 끝에 내린 결정이 또 다른 리스크의 시작이 아닐까 심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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