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MM, 영구채보다 기업평가 우선돼야
사채 중도상환 수용 강요 '위험'…지속가능 기업인지가 관건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HMM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민영화 작업이 시작된 HMM의 최대 현안에 영구채 처리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이 사채에 달린 주식전환 옵션이 원매자를 망설이게 한다는 것. 실제 HMM의 영구채가 이번 딜(Deal)에서 최대 걸림돌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새 주인이 정부 눈치를 봐야 할 수 있고 ▲지분 추가매입 부담이 상존하며 ▲HMM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영구채는 2조6800억원 규모다. HMM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행했으며 2048~2050년 사이 만기가 도래한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이뤄진 만큼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주식전환을 통해 31% 가량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현재 지분(40.65%)을 모두 원매자에게 매각해도 향후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꿔 다시금 주요 주주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영구채를 사들이기도 애매하다. 최근 주식가치만 따지면 3조원에 달하는 터라 HMM 인수에 7조원을 쏟아야 할 뿐더러 이 회사의 실적도 해상운임 하락에 따라 당분간 하향세를 탈 것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장은 HMM이 영구채를 조기상환해 원매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의 콜옵션(중도상환)을 들어준다면 단기간에 영구채 문제를 해결할 순 있단 논리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일방적으로 정부에 희생을 강요하면서 원매자만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 혈세를 투입해 정상화한 HMM의 과실(果實)을 원매자에 넘기라는 얘기와도 같아서다. 이들 기관은 주당 5000원에 영구채를 주식(5억3600만주)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HMM주가가 2만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양 기관은 중도상환을 받아들일 시 주당 1만5000원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미래 수익성을 고려, 영구채 중도상환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부각될 수도 있다. 적자가 예상되는, 그것도 대주주 지분만 4조원이 넘는 회사를 팔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HMM 매각은 영구채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새 주인 하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야하지 않나 싶다. 수익성만 탄탄하다면 경영권에 프리미엄 좀 얹어주는 게 문제는 아니니까. 마침 HMM은 현대상선 때완 사뭇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산은 등으로부터 조달한 재원을 선대투자에 집중, 10위권에 그쳤던 글로벌 물동량 순위를 최근 8위까지 끌어 올렸고 앞으로 강화될 환경규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작년에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친환경 선박 등에 향후 5년간 15조원을 투입하겠단 투자계획도 밝혔다. 영구채보다는 이러한 노력이 매물로서의 가치에 더 반영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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