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투심 위축 가시화…사모시장 향하는 기업들
올해 사모사채 발행액 1조9000억원 돌파…전년 대비 3배 달해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1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회사채 시장의 강세가 한풀 꺾이면서 사모시장으로 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모채는 공모채와 달리 사전에 투자자만 확보되면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행할 수 있어 발행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올 들어 사모사채 발행액은 1조9000억원을 웃돌며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배 가까이 치솟았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날 45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했다. 350억원은 2년 만기 연 6.7% 금리로, 100억원은 3년 만기 연 6.9% 금리로 각각 발행조건이 확정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 초 5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공모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2015년부터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이 본격화되면서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업환경이 악화된 영향이었다.


삼성중공업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2015년 회사채 발행 당시(BBB+)보다 1노치(notch) 낮아진 상태다.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중앙일보가 BBB 등급으로 발행을 성공시킨 바 있지만 통상 공모 시장에서 투자수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신용도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사모채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다. 그간 2016년·2018년·2021년 등 수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실적 부진 등으로 현금흐름은 여전히 저조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중공업 외에도 같은 날 사모시장에서 CJ푸드빌이 1년 만기로 300억원을, 코오롱이 2년 만기로 2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CJ푸드빌과 코오롱의 사모채 발행금리는 각각 7.5%, 6.8%다.


특히 최근 공모시장에서 건설채 투심이 비우호적으로 나타나면서 사모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가 이달 초 9.6%에 달하는 금리로 1년 만기 사모채 7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달에는 대우건설이 1년 만기로 200억원(금리 7.2%), 태영건설이 2년 만기로 1000억원(금리 7.8%)  규모 사모채를 각각 발행했다. 이수건설은 9%에 달하는 금리로 1월에 100억원(1년 만기), 2월에 150억원(6개월 만기)을 각각 조달했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3370억원), 두산에너빌리티(150억원), SK어드밴스드(50억원) 등이 올해 사모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공통적으로 지난해 공모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성공한 곳들이지만, 실적악화 또는 낮은 신용도로 인해 올해는 사모시장으로 우회했다는 특징이 있다.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사모채 발행액은 총 1조9019억원으로 집계된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포함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사모채 발행액(약 6536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자금조달 전략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모시장은 공모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찾는 시장"이라며 "올해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가 회사채 시장의 온기도 한풀 꺾이고 있어 사모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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