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위 기업 S사, 그리고 현대자동차
극단적인 효율성과 바꾼 노동자들의 피···1위 기업들이 극복할 과제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08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중가요 '사계'가 수록된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앨범.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1970년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던 당시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계'라는 노래의 가사다. 계절도 잊은 여공의 쳇바퀴 도는 노동 현장을 빠른 템포의 리듬에 담았다.


80년대에서 90년대초 대학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이 가사와 리듬은 너무나 익숙했다. 하지만 이 노래도 90년대 중반 이후 대학가에서 듣기 힘들어졌다. 빠르게 민주화된 사회에서 더 이상 열악한 노동환경은 대한민국의 주류층이 예정된 대학생들에게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높아지는 등록금과 불편한 학내 시설이 더 큰 관심사였다.


그리고 2000년이 들어와 차츰 시작된 주 5일제는 2005년에 모든 정부부처와 공기업 등에서 실행됐다. 이후 모든 사업장에서 실행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2020년대 우리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다시 눈을 돌려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를 일깨운 대표적인 사례가 S사 노동자 사망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의 S사 계열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끝임 없이 돌아가는 철야 근무, 2인 1조로 근무 수칙을 무시한 단독 근무 환경, 일의 효율을 위해 안전 장치를 제거한 기계 등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최고의 효율과 노동자의 피를 맞바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사고 장소만 잠시 수습한 채 빵제조 작업을 이어간 회사의 결정이 직격탄이 돼 돌아왔다.


소비자들은 회사 측의 대응에 S사 관련 제품 불매운동에 대대적으로 동참했다. 국내 외식 기업 1위 업체인 S사가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묘하게 S사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에서도 일어났다. 다만, S사와 같이 엄청난 불매운동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동차의 핵심인 디자인센터에서도 지난 2020년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의 한 연구원이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해당 연구원은 2018년 투싼 신차 디자인을 해왔다. 그런데 2020년 9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해당 연구원은 정신과에서 조울증과 우울증, 공항장애 진단을 받았다. 병원 진단 과정에서 해당 직원은 업무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와 직장 상사의 모진 언행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관련 직장 상사는 자살이 업무와는 무관하며 자신이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심지어 해당 연구원의 죽음을 애도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내부 커뮤니티 글을 삭제하는 등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결보다는 파장을 막는 데만 적극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연구원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2년이 넘게 지난 지금의 상황을 보면 현대차가 사태 수습에 성공한 듯하다. 적어도 S사 사태와 같이 일파만파로 사건이 커지는 것을 잘 막았으니.


최근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졌다. 운명을 달리한 연구원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부사장)이 월드카어워즈(WCA)가 선정한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 않았던 것은 기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직원의 죽음에도 효율을 위해 공장을 돌린 S사. 연구원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져야 할 인물을 부사장으로까지 승진시켜 이러한 성과를 만든 현대자동차. 두 기업의 선택은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제공=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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