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반도체 無감산'의 훗날 평가는
경쟁사와 점유율 초격차 이룰지 주목···많은 재고는 부담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 DDR5 D램을 개발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무(無)감산'이라는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0조원이 넘어가지만 대부분 해외에 흩어져 있다. 원활한 투자 집행을 위해서는 원화 현금을 쥐고 있는 게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무감산 전략으로 삼성전자를 향한 업계 안팎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진 만큼 감산 없이는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의 적자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오는 2분기 반도체 때문에 전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쟁사 반응 역시 좋지 않다. 이번 다운사이클이 길어지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도 있지만 삼성전자 발(發) 3차 치킨게임 때문이라는 불평이다. 다운사이클이 끝나려면 수요보다 공급이 줄면서 판가 하락이 멈춰야 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체 빅3로 꼽히는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감산에 돌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생산은 물론 투자 축소도 없다고 밝혔다. 오는 3분기 반도체 판가는 제조원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대로 경쟁사와 시장 점유율 '초격차'가 벌어질 때까지 전진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은 지난해부터 생산을 줄여 재고가 쌓이는 속도를 조절해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작해야 자연적 감산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타사대비 재고가 쌓이는 규모도, 속도도 빠르다. 이대로 반도체 업사이클이 돌아오면 재고가 많은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속도가 타사대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운사이클 기간을 늘려 경쟁사가 백기를 들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다운사이클을 끝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협조(감산 발표)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재고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에서 업황이 반등하면 삼성전자만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삼성전자는 경쟁사가 미래 투자를 포기하는 식으로 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배수진은 더는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하는 묘수로 여겨진다. 그러나 배수진으로 모든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려스러운 건 적자까지 감수해가며 벌인 치킨게임의 결말이 미미한 점유율 확대에서 끝날까 싶은 부분이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초기 점유율 확보에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유일하게 점유율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40.7%→45.1%)뿐이다. 반도체 불황이 찾아올 때마다 삼성전자 위기론은 항상 있어왔다. 삼성전자의 이번 무감산 전략에 대한 훗날 평가가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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