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헤지펀드 하우스로 명성을 누려온 VIP자산운용이 성공적인 공모 시장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VIP운용의 공모 전환 신호탄을 알린 'VIP the fist'(VIP 더 퍼스트)가 조기 완판되면서다. 경영진이 고안해 낸 '손익차등' 전략이 흥행 비결로 꼽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VIP운용은 자사의 첫 공모펀드인 VIP 더 퍼스트(1‧2호)를 오는 24일 설정할 예정이다. VIP 더 퍼스트는 4개 채널(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유안타증권)을 통해 판매가 시작된 지난 13일 펀드레이징(자금모집)을 마쳤다. 단 하루 만에 VIP 더 퍼스트의 한도 물량인 300억원이 완판된 것이다. 공모펀드가 침체된 가운데서 외연 확장을 시도한 VIP운용의 모험이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2003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VIP운용은 2018년 6월 사모 운용사로 전환했다. 이후 ▲VIP Deep Value 시리즈 ▲VIP Core Value 시리즈 ▲VIP Time for Value롱텀Ⅱ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정상급 헤지펀드 하우스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코스피의 3배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올해의 헤지펀드상'(2022 Korea Wealth Management Awards)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2조6012억원으로 업계 맏형격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2조6059억원)과 맞먹는다.

이처럼 헤지펀드 명가로서 명성을 쌓아온 VIP운용은 지난해 7월, 공모 라이센스를 획득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번에 선보이는 VIP 더 퍼스트가 갖는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 VIP 더 퍼스트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차별화된 전략이 꼽힌다. 그동안 민간 공모펀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손익차등형'을 내세운 것이 조기 완판 비결이란 분석이다. 손익차등형 펀드란 선순위(1종)와 후순위(2종)로 구분해 손익을 분배하는 펀드를 말한다. VIP운용은 개인투자자와는 별개로 직접 34억원의 자기자본을 태우며 VIP 더 퍼스트의 후순위 출자자로 나섰다.

손익차등형 구조에 따라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일정 수준(원본의 10%)까지는 후순위에 해당하는 VIP운용이 먼저 인식한다. 반대로 이익이 발생하면 15%선까지는 투자자들에게 그 몫이 먼저 돌아가도록 했다. 이익 배분구조를 도시화해 보면, 투자자 원금→ VIP운용 원금→ 투자자 수익→ VIP운용 수익→ 초과수익 안분 순이다.

본래 민간 운용사는 손익차등형으로 공모펀드를 설정할 수 없다. VIP운용이 사모재간접이란 다소 복잡한 구조를 들고 나온 이유다. VIP 더 퍼스트는 직접 개별 종목을 담지 않고 자펀드에 해당하는 7개의 사모펀드를 슬하에 두고 있다. 각각의 사모펀드는 성장주, 가치주, 히트 소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다양한 섹터에 집중해 투자한다.

VIP운용은 또 '손익차등형 사모재간접펀드에 담긴 특정 사모펀드의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7개의 자펀드를 구성했다. 즉 전체 펀드 자금인 334억원(개인투자자+VIP운용)이 자펀드당 48억원씩 고르게 분배되는 구조인 것이다. VIP운용이 VIP 더 퍼스트를 선보이기까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명에 담긴 '이익은 고객이 먼저, 손해는 VIP운용이 먼저'라는 의미를 실현시키고자 최준철, 김민국 대표이사와 박영수 부사장 등 경영진이 고심했다"며 "오랜 기간 준비해 내놓은 첫 공모펀드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